건설사 해외주택사업 "쉽지않네"

by이진철 기자
2010.11.08 14:55:12

롯데건설, 호주 주택경기 침체에 아파트 분양 고전
한일건설, 괌 사업취소.. 범양건영, 부실PF 채무인수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해외 주택사업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이 현지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지 주택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가 하면 시행사 부실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떠앉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세계적인 휴양지 호주 골드코스트에 아파트 348가구, 빌라 122가구를 건립하는 `살라시아워터스` 프로젝트의 아파트 1차분 131가구의 분양에 나섰지만 미분양으로 고전하고 있다.

입주가 당초 이달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앞으로 2~3차 분양에도 나서야 하지만 1차물량에 미분양이 남아있어 후속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호주사업에서 대출잔액은 2625억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15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출만기는 2012년 12월말까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해외 틈새시장 개척을 위해 호주 주택사업에 나섰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로 분양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지인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분양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구입문의는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건설(006440)은 지난 2007년말 2200억원에 수주했던 괌 건비치 콘도사업 공사계약을 시행사의 자금사정으로 공사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해지절차를 밟았다.

한일건설은 괌 건비치 프로젝트에 착공관련 비용으로 305억원의 PF 지급보증을 섰으며, 314억원에 부지를 인수했다. 한일건설은 지난달 채권단과 워크아웃 이행약정(MOU)를 체결하면서 괌 건비치의 토지매각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일건설의 괌 건비치 사업과 관련한 PF대출은 우리은행 500억원, 농협이 300억원으로 만기는 내년 10월25일까지다.

한일건설은 지난해에는 괌 타무닝 지역에 들어설 주거단지 `베라체 괌-에메랄드 오션뷰 파크`의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지하2층 지상16~19층 4개동 규모로 고급아파트 260가구와 고급빌라 20가구를 분양한 이 사업에서 한일건설이 청구하지 않은 분양미수금은 356억원에 달한다.

범양건영(002410)도 카자흐스탄과 두바이, 베트남에서 추진중인 주택사업이 현지 부동산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중단되고, 시행사의 PF 대출채무를 떠앉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2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91억2000만원(800만달러)은 해외PF를 일부 조기상환하고, 44억8000만원은 카자흐스탄과 두바이 프로젝트의 공사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범양건영은 올들어 총 4차례에 걸쳐 총 679억원에 달하는 시행사의 해외 PF 대출금을 본 차입금으로 전환했다.

범양건영은 "지난해부터 해외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계속 사업을 진행할 지, 아니면 사업권 매각을 통한 자금회수를 나설 지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보스탄틱구에서 추진중인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경우 전체공정 대비 20%의 진행율을 보이고 있으며, 분양 사업성 검토와 더불어 사업권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추진했던 352가구 규모의 프레체 아파트 프로젝트도 당초 분양 및 공사를 진행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범양건영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은 산유국이기 때문에 최근 유가상승으로 장기적 전망은 밝지만 아직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베트남은 최근 땅값이 많이 올라간 상태이기 때문에 적절한 사업재개 시점을 저울질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