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 급락, 1100선 붕괴..경기후퇴 가속(마감)

by손희동 기자
2008.11.13 16:52:36

美 폭락, 건설사 부도, 남북경색 등 악재
금융안정대책·옵션만기 덕에 낙폭은 줄여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13일 수능한파는 없었다. 한파는 날씨가 아닌 주식시장에 몰아닥쳤다.

경기침체 공포의 확산으로 밤사이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시장은 말을 잃었다. 수능으로 거래시간이 한 시간 늦춰졌지만 이성을 찾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미국에선 경기둔화가 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서킷시티의 파산에 이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GM과 포드 등도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고용시장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기업들의 파산 소식은 남의 일만은 아닌 일로 보인다. 전날 신성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건설업계에서는 제2, 제3의 신성건설(001970)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건설업의 위기는 이들에게 돈을 대준 금융업종으로 불똥이 튀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여파가 은행주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은행업종 지수는 8.4%, 건설업종 지수는 5.3%씩 미끄러졌다.

북한의 육로통행 제한으로 인해 대북이슈가 또 한번 투자심리를 건드렸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다수 대북관련주는 물론 현대그룹주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결국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5.42포인트(3.15%) 내린 1088.44에 마감했다. 개장초 선물지수 급락으로 인한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등 시장 분위기는 흉흉하기 그지 없었다.

오후 들어 프로그램 매물 급증으로 지수가 80포인트 넘게 빠진 1040.34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후 채권안정펀드를 골자로 한 정부의 금융안정대책이 나오면서 조금씩 지수를 만회하기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3% 이상 나홀로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일조했다.

옵션만기 연계 물량이 훈풍으로 작용한 것도 지수를 일부 되돌리는 데 기여했다. 이날 프로그램 거래는 차익거래 1234억원 순매도에, 비차익거래 579억원의 순매수로 전체적으로는 매도우위였다.



하지만 마감 동시호가에만 17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고 코스피는 10여분새 20포인트 가까이 회복했다.

은행주를 필두로 금융주들이 폭락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건설사에 물린 물량만으로도 눈물이 날법한데 환율까지 올라버리면서 외화든 원화등 유동성 위기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086790)가 하한가까지 떨어진 가운데 우리금융(053000)도 14%의 낙폭을 기록했다. 신한지주(055550)는 6%, KB금융도 5% 넘게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 동부화재 대우증권 등도 낙폭이 컸다.

부도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건설주들도 우울하기는 매한가지. 오후 헌재의 종부세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소폭 오르기도 했지만 정작 건설경기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경기둔화 우려에 최근 들어 고철값까지 떨어지면서 철강금속 업종도 하락상위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005490)는 이날 6.8% 하락했다. 4억달러 규모의 과징금 판정을 받은 LG디스플레이(034220)는 11% 떨어졌다.

남북관계 경색에 대북경협주들도 약세였다. 현대상선(011200) 등 현대그룹주들이 대표적.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면서 수급공백 현상도 심화됐다. 개인이 4161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방어에 나섰지만 떨어지는 지수를 잡을 순 없었다.

오히려 선물시장 개인들이 팔자와 사자를 조절하면서 베이시스를 조절하며 프로그램 물량을 조절했던 것이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