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0% 인상, 구인난에 조종사 몸값 천정부지

by이소현 기자
2023.07.19 14:40:43

유나이티드항공, 4년간 최대 40%인상 합의
앞서 델타도 최대 34% 인상
항공수요 폭발인데 베테랑 조종사 충원 어려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뚝 끊겼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미국 항공사 조종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팬데믹 당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던 조종사의 처지가 역전된 것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항공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조기 퇴직 등으로 조종사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아 항공사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 마크 워너가 10일(현지시각) 유나이티드 항공의 조종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조종사 노동조합과 4년에 걸쳐 100억 달러(약 12조6000억원)를 투입해 임금을 최대 40%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노사 합의엔 임금 인상뿐 아니라 고용 보장과 휴가, 퇴직, 근무 조건을 개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종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고소득 직종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조종사의 연봉은 기본적으로 연간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이상이며, 이 가운데 장거리용 대형항공기 운전면허가 있는 베테랑 조종사들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억대 연봉을 받는 조종사에 추가 임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미국의 조종사 부족과 항공 여행 수요가 회복된 데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종사 노조와 교섭 성사로 ‘유나이티드 넥스트’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계획은 오는 2026년까지 북미 항공 편당 좌석 수를 30%, 프리미엄 항공 편당 좌석 수를 75% 늘리기 위해 대형 항공기를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수준의 조종사들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업계 최고 수준의 계약을 약속했고 합의에 도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번 합의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4년 동안 이어진 협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가스 톰슨 유나이티드항공 조종사 노조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유나이티드 조종사들이 보여준 지칠 줄 모르는 헌신으로 연대해 이 역사적인 합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국제공항에서 아메리칸 항공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AFP)
유나이티드항공에 앞서 미국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조종사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섰다. 델타항공은 지난 3월 소속 조종사 1만5000명과 집단교섭을 타결해 4년에 걸쳐 오는 2026년까지 임금을 최대 34% 인상하고, 근무 일정 등 복지 개선을 포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앞다퉈 조종사들의 연봉을 인상하고 나선 것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베테랑 조종사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 팬데믹 당시 조기 퇴직 등으로 조종사 인력을 대폭 줄였는데 엔데믹 이후 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다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급여는 받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일정 때문에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메리칸항공 노조에 따르면 7000명 이상의 조종사들이 기장직을 맡지 않기로 선택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노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장 자리는 절반가량(978명)이 공석이었으며, 지난달에는 198개 기장 자리 중 48%(96개)가 채워지지 않았다. 데니스 타저 미국 조종사노조 대변인은 “지난 7년간 승진을 거부하는 조종사들의 수가 적어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내년 여름까지 여행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실제 전 항공사 임원이자 현재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로버트 만은 “일부 소규모 지역 항공사들은 인력 제약으로 항공편을 20%까지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