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잔해 속 태어난 생명…고모네 품으로

by이재은 기자
2023.02.21 11:34:18

가족들 중 유일한 생존자
숨진 엄마와 탯줄 연결된 채 발견
병원서 DNA 검사 후 고모 가족에 입양
시리아 사망자 5800여명…집계 멈춘 상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태어난 아기가 고모 가족에게 입양됐다.

지난 6일 시리아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아기 아프라 (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 주택 잔해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채 구조된 아기는 지난 18일 병원에서 퇴원해 고모 집으로 입양됐다.

앞서 이 아기의 엄마인 아프라 아부 하디야씨는 지진 발생 당일 남편과 자녀 4명과 함께 주택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중 건물이 무너지며 숨졌다. 아기를 제외한 하디야씨 가족은 살아남지 못했다.

아기를 돌본 의사는 하디야씨가 출산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곧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기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인 6일 오후 구조돼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이 아기는 병원에서 신의 계시를 뜻하는 ‘아야’(Aya)라고 불리다가 새 보금자리로 옮겨가면서 숨진 엄마의 이름인 ‘아프라’(Afraa)를 물려받게 됐다.



아프라의 고모 할라씨 (사진=로이터)
직계 가족 없이 홀로 남은 아프라를 향해 각지에서 입양 문의가 빗발쳤지만 고모와 고모부는 직접 아프라를 데려가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했다. 병원 의료진 또한 성급한 입양을 반대하며 퇴원할 때까지 아프라를 치료했다.

고모부인 칼릴 알사와디는 “아기는 이제 내 자식 중 하나다. 내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의 숨진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를 떠올리게 한다”며 “오히려 더 애틋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또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막막한 상황이지만 고모부는 아기가 혹여 납치될까 봐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거쳐 친척 관계임을 확인하고 고모와 고모부가 아프라를 데려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의료진은 아프라가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간호사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했다.

한편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시리아에서 5800여명, 튀르키예에서 3만 9000여명을 넘어섰다. 10년 이상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정부와 반군 측 사망자 집계가 5814명에서 멈춘 상태다. 반군 장악 지역은 구호물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 등 다른 피해 지역보다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