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IT계열사 수장 교체..모두 '재무전문가' 눈길
by김현아 기자
2015.11.27 11:02:35
권영수 CEO, LG유플러스 조직화합과 M&A 시험대
김영섭 CEO, LG CNS 사업재편 할까..중장기 성장전략은?
오늘 양사 이사회 개최, 공식 선임
[이데일리 김현아 김관용 기자] LG그룹의 IT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LG CNS 수장이 6년 만에 바뀐다. 그런데 모두 재무전문가 출신인 게 이채롭다.
27일 LG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LG CNS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각각 권영수 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과 김영섭 전 LG유플러스 CFO(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권영수 사장은 부회장으로, 김영섭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영섭 LG CNS 대표이사 사장은 재무회계 전문가다. KTF·KT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 전문가 중 한 명인 이상철 부회장이나 1994년 옛 LG-EDS(현 LG CNS)에 컨설팅부문 본부장으로 합류한 김대훈 사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인사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사인 (주)LG로 이동해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것과 달리, IT 분야는 M&A나 조직관리에 밝은 CEO가 선임돼 관심인 것이다.
권영수 신임 LG유플러스 대표이사는 국제상사 양정모 회장의 사위로 LG전자에 재직했을 때 재경분야 세무전문가로 평가받았다. 30대 초반 부장, 40대 사장 승진 등 초고속 승진이 눈에 띈다. 임원이 돼서도 실무자들을 직접 불러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 파악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전해지는데,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와 LG화학 대표이사를 거쳐 이번에 LG유플러스 대표이사까지 맡게 됐다. 전자와 화학, 통신까지 아우르게 된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무관하게 조직 및 업무 장악력이 상당한 덕분이라는 평이다.
다만, 2010년 LG통신 3사 합병(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이후 LG유플러스 직원들이 ‘만년 꼴등’이란 열패감에서 ‘1등 LTE’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전임 이상철 부회장의 미래지향적인 조직통합 능력임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기업문화 DNA를 변화·발전 시키는 게 권 신임 대표의 과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EO 교체 소문이 나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경쟁사들은 이제 호랑이가 빠지면 늑대들(경쟁사)이 산을 호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적으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계기로 불고 있는 방송통신 인수합병(M&A)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중요하다. 경쟁사로서 정부에 강력한 조건을 붙이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을 사든지, 아니면 티브로드 등에 LG유플러스를 파는 빅딜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KT(KT-KT스카이라이프),SK-CJ헬로비전-티브로드·LG유플러스가 본원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대HCN의 경우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도전 실패 이후 당장 매각 이슈는 다소 줄어들었다는 평이다.
김영섭 신임 LG CNS 대표이사는 2003년부터 LG CNS에서 근무한바 있다. 럭키금성상사로 입사한 김 내정자는 LG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LG CNS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일했다. 솔루션부문장, 하이테크부문장 등을 역임한 LG CNS 부사장까지 거친 인물이다.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김 내정자는 다시 LG CNS 대표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CFO 출신인 그가 CNS가 처한 어려움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지 관심이다.
LG CNS는 현재 이른바 SI업계 ‘빅3’로 분류되는 삼성SDS, SK주식회사 C&C와는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다른 두 회사는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회사 가치를 띄우고 있지만 LG CNS는 자력으로 생존하고 있어 실적도 제자리 걸음이다.
특히 수년간 손실을 내 온 일부 자회사들이 이번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해외 시장 역시 스마트에너지, 스마트교통 분야 등의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기대치에는 못미친다.
공공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지만, 대기업 입찰제한 등으로 공공 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올해 공공본부 인력이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본부 역시 수익성 저조로 필요인력 정도만 남겨두는 것으로 보이며, 대신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태양광 등을 성장 동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CFO 출신인 김영섭 CEO가 사업재편 등을 통한 조직 효율화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어떻게 만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