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운찬 "대기업 각성하라"..전경련 `난타`

by김현아 기자
2011.06.29 16:08:42

여야 의원들, 허창수 전경련 회장 불참 성토
경제5단체장 청문회·MRO 국정조사까지 언급
정운찬 "외롭지 않다"..예산·인원 증액 요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허창수 회장이 포퓰리스트라 낙인찍었는데, 성장 뿐 아니라 고용도 보는 두눈박이 포퓰리스트가 되겠다. 정책 청문회를 열어 경제5단체장을 부르고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은 양당이 합의되면 국정조사로 다루겠다.(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참 외로왔는데 오늘 의원님들 말씀을 들으니 외로울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동반성장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며 대기업들, 부자들이 더 각성했으면 한다.(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주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공청회에 불참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대기업들이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기업으로 경제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칼 끝을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에 겨눴다. 정부측 배석자인 윤상직 지경부 1차관이나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에게는 비판적 질의를 쏟아냈지만,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는 마음껏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 29일 지경위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불참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오늘 출석하지 않은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거나 '지극히 권위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렇게 안 오니 노력중인 정부도 대기업과 한통속으로 비춰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여야 합의로 열기로 한 공청회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오만불손하고 막가파식 특혜이니 따로 3단체장(전경련, 대한상의, 경총)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GS그룹은'후레쉬 서브'라는 김밥과 샌드위치 업체를 통해 편의점에 공급하고, 주유소 경정비를 하는 'GS넥스테이션'이 있다"면서 "문어발은 8개, 지네발은 34개부터 시작하는 데 GS그룹의 경우 계열사가 35개, 친인척 것까지 합치면 47개에 달한다. 그래서 대기업의 오너를 대표하는 사람이 공청회에 나오라는 것"이라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의 불참을 문제삼았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회장님 뿐 아니라 저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이 전무는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30대 그룹도 1조1000억원의 협력사 지원을 준비하는 등 CEO가 나서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은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전경련 회장을 국회에 반드시 출석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학회 일정으로 공청회 시작 1시간 30여 분 뒤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 해 12월 중순 설립된 후 열과 성을 다해 동반성장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언론도 무관심해 자꾸 답답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정 위원장은 "부끄럽지만 본부 예산이 거의 없으며, 기업의 예산을 쓰니 어렵다"면서 "정부의 내년 예산은 모르나 의원님들이 좀 배정해 달라. 양극화 해소와 지속성장을 위해선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의 언급과 관련, 의원들은 지경부 윤상직 제1차관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예산과 조직은 물론 관련 법을 바꿔 동반성장위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다.

정태근 의원은 "올해 동반성장위가 전경련에서 20억을 받는데,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겠냐"면서 윤 차관을 비판했다. 

지경부 윤상직 차관은 "동반성장위가 지난 해 말 생겨서 전체 예산 36억 중 중기청 7억 등 정부 예산이 적은 게 사실이나 이 20억원은 6년 전에 기업들이 상생협력을 위해 모은 돈으로 전경련 돈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대기업들이 모은 돈 아니냐"면서 동반성장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일 의원은 "지금 전경련 등 대기업 3단체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면서 "대기업 횡포가 너무 심해 보수적인 한나라당 의원님들까지 지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운찬 위원장님은 총리 시절보다 훨씬 커 보인다"면서 "대기업의 예산 지원 없이 동반성장위원회가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