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신한지주, 후계구도 놓고 회장-사장 또 내분
by원정희 기자
2010.09.02 14:23:01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2일 전격적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그룹내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신한지주 후계구도를 놓고 라응찬 신한지주(055550) 회장·이백순 신한은행장-신 사장간 갈등에 대한 소문은 흘러나왔지만 신한지주는 입을 꼭 다문 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신한은행이 검찰 고소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은행 측이 전직 은행장이자 현 금융지주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신 사장이 해임되면 최영휘 전 사장에 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되는 두번째 사장이 된다. 당시 최 전 사장의 경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및 재일교포 주주 지분을 둘러싸고 라 회장과 의견충돌이 있어 해임됐다는 게 정설이다.
신 사장은 은행장 재직시절 불법대출 등에 따른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불명예를 안고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금융인으로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장을 의미하는 극약처방인 것이다.
라 회장과 신 사장간의 갈등은 최근 정치권에서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면서 고조되는 형국이었다. 실명제법 위반 논란의 배경에 신 사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균열이 심화되고 있었던 것으로 금융권 안팎에선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그 이면에는 라 회장이 `포스트 라응찬`으로 신 사장이 아닌 이 행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에서 열렸던 신한지주 이사회에선 계열사 임원에 대한 인사를 놓고 신 사장과 이 행장간에 이견을 보였으나 라 회장이 이 행장의 손을 들어줬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여러 정황들에 비춰 신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으로 신한그룹 안팎에선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이 행장은 신한지주 상무 시절부터 라 회장과 함께 신한지주의 재일교포 주주 관리를 맡는 등 라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임원 등용문이라는 도쿄지점장도 역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라응찬 회장-이백순 행장 체제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그동안 라회장과 신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였기 때문에 신 사장이 해임되더라도 그룹 경영과 업무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실명제법 위반 논란을 겪고 있는 라 회장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또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을 경우 은행권의 모범생인 신한금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 신한지주의 사정에 누구보다 빠삭한 신 사장의 맞불작전이 펼쳐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