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 한국 언급은 없었다

by김보겸 기자
2021.10.05 11:07:51

기시다 후미오 日100대 총리 취임 기자회견
"나는 히로시마 출신…핵없는 세계 추구할 것"
CPTPP 신청한 中에 "높은 기준 못 맞출듯"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서 한국 언급 안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100대 총리로 선출된 기시다 후미오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오후 수상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면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납치된 모든 일본인의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대북문제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언급하며 “미국에서도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도 잘 파악하며 일본의 역할을 고려하면서 구체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 출신의 총리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외무상 시절부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지향했고 이를 필생의 사업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미일동맹의 중요성도 다시금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일본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연한 외교안보 정책을 전개한다”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 견제 성격이 크다.

미국이 탈퇴한 TPP는 2018년 이름을 CPTPP로 바꿔 출범했다(사진=AFP)
중국을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기시다 총리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의 움직임이 있다”며 “보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제휴하며 중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의 주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한 데 대해서도 “중국이 CPTPP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충족할 수있을지 불투명하다”며 사실상 중국의 CPTPP 참여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CP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무역 관세를 없애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의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전신으로 한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며 TPP를 탈퇴한 뒤 명칭을 CPTPP로 바꿨다.

CPTPP 가입은 1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내년 의장국을 맡은 일본뿐 아니라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호주가 중국 참가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달 아소 다로 전 부총리도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에 보조금 등을 지급하며 국가적으로 육성한다는 점을 들며 중국의 CPTPP 가입에 대해 “중국이 가입할 수 있는 상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내각 인사들(사진=AFP)
다만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오후 9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선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기시다 총리가 불참하면서 한일 대면 정상회담도 불발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중의원 총선과 일정이 겹쳐 화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양국관계를 전망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기시다 총리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기시다 내각 면면을 봐도 아베 전 총리의 극우적 내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 등 한일관계 현안을 맡은 주무장관들이 대부분 극우 인사로 채워지면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축전을 보내 “한일 양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국가로서 이웃나라다운 협력의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소통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