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두드리던 그가 달라졌다..현대百, 藥일까 毒일까

by민재용 기자
2015.03.19 11:08:24

현대百 매출 12년 만체 첫 감소..잇따라 신사업 진출
새 먹거리 발굴 긍정 평가 많지만..수익성 악화 우려도
"영업익 3배 투자해야..실패하면 타격 클 수도"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1972년생이다. 40대 초반의 젊은 오너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신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그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거침없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 회장의 공격 행보가 성장이 둔화 된 현대백화점에 ‘특효약’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의 수익성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요즘 현대백화점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현대백화점(069960)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0.4% 줄어든 1조11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증시에 재상장한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이다. 2003년 카드 대란 때도 외형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현대백화점이 12년만에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사업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정 회장도 신사업 발굴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2012년부터 의류업체 한섬, 가구업체 리바트 등을 인수하며 이(異)업종으로 보폭을 넓혔다. 특히 지난달에는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한 데 이어, 5월에는 서울 신도림에 백화점 매장을 오픈하며 공격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정 회장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동대문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 임차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오픈을 준비중이다. 또 8월에는 경기 판교점을 내고 9월에는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웃렛을 추가로 연다. 내년에도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아울렛 2호점을 낼 계획이고 대전에도 아울렛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의 공격 행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백화점 성장세가 고꾸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은 필요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남성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김포 프리미엄아울렛의 주말 매출액이 경쟁사인 신세계·롯데 파주 아울렛을 앞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백화점의 성장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에는 비용이 따른다. 거침없는 사업 영역 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계속 감소해 왔다. 지난해 실적도 좋지 않아 수익성 악화는 3년째 이어질 전망이다. 2012년은 정 회장이 한섬 등을 인수하며 공격 행보를 시작한 시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으로 사업영역을 넓힐 경우 투자금 증가로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현대백화점의 수익성 악화도 신사업 투자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백화점의 투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김포 아울렛 등 투자가 완료된 사업도 있지만 아직 개장하지 못한 사업장도 많은 만큼 투자금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백화점그룹이 판교 백화점 점포와 김포·송도 아울렛에 투자한 금액은 9886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들어갈 투자금액도 4081억원으로 총 투자금은 1조3900억원을 넘는다. 이는 2013년 현대백화점의 연결기준 영업이익(3932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돈을 벌어들이지 못할 경우 현대백화점이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도 치열하다. 5월에 문을 여는 신도림점의 경우 반경 2㎞ 안팎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구로 애경백화점 등이 있다. 이들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김포 아울렛점도 파주에 위치한 신세계와 롯데의 반격을 버터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대문 케레스타의 경우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못따내면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 백화점 관계자는 “신도림, 동대문 모두 경쟁이 심한 지역이라 현대백화점이 손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얼마나 먹히는지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