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폰 막으니..눈가리고 아웅 `1원폰` 기승

by김정민 기자
2012.04.18 15:16:32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K씨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갤럭시노트 LTE를 `1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신청을 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화면에 뜬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다보니 실제 지불해야 하는 단말기 가격이 74만원이나 됐다. 뒤늦게 주문을 취소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지식경제부가 올해 초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면서 ‘공짜폰’ 광고 규제에 나서자 공짜폰 대신 ‘1원폰’, ‘0원폰’을 내걸은 꼼수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경부는 실제 단말기 가격이 1원이나 0원이 될 수 없는 만큼 단속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에서 1원폰을 검색하면 2910개의 상품 리스트가 뜬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가격이 1원인 단말기는 없다. 해당 상품을 클릭해 들어가 상세 내역을 보면 결국 수십만원이 넘는 단말기 할부금을 부담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해당 광고를 올린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이 아닌 구매자가 쇼핑몰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1원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11번가 관계자는 “구매자가 내는 수수료는 전혀 없다”며 “판매가격의 6~10%를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역시 이와 유사한 꼼수 광고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최근 A홈쇼핑은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가 내놓은 갤럭시M을 판매하면서 가격정보창에 ‘판매가 0원’이라고 표시했다. 단 조건은 36개월 약정에 3만25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상품 역시 3년 약정시 요금할인을 적용해 가입자의 단말기 부담금이 0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유사한 편법 마케팅이 한창이다.
 
서울지역의 KT(030200)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 가족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5만2000원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갤럭시S2HD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LG옵티머스는 4만2000원짜리 요금제 가입하면 단말기가 무료라고 선전하고 있다. 외형은 KT 직원 및 가족·지인대상이지만 가입 신청자가 KT 관계자인지 확인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재고물량을 처리하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를 벌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가격표시제를 철저히 지키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워낙 판매점 수가 많아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단말기 판매가를 통신요금과 분리해 명확히 표시하라는 취지”라며 “요금할인 등을 포함해 가입자의 실부담금이 1원이라고 해도 판매가가 1원이 아닌 이상 단말기 가격을 1원이라고 표시하면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