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6.10.17 16:30:16
6평 거래 토지거래허가, 한남 등 투자 수요 위축
6평 미만 거래 활기, 실수요 위주로 시장 재편 예상
노후지역 정비, 기존 주택가격 불안요인 될 수도
[이데일리 윤진섭·윤도진기자] 정부가 17일 한남, 흑석, 은평, 길음 등 16개 뉴타운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인정됨에 따라 이들 지역이 빠르게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지역 내 6평 초과 토지와 주택(대지지분 기준)은 모두 시. 군의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해 사실상 실수요가 아니면 매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6평 초과 큰 평수 지분이 많은 한남, 노량진, 장위, 거여뉴타운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급속하게 위축될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중개업소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것이란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면서 지분 매입 수요가 뚝 끊긴지 오래다.
한남동 대원공인 관계자는 “10평 미만 지분은 평당 4000만~5000만원 선, 20평형대는 평당 2500만원으로 가격이 비싼 탓도 있지만 정부가 6평 이상은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6평 이상 큰 평형을 중심으로 사실상 투자 수요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비싼 금액을 주고 거주하겠다는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위동, 노량진 등의 재개발 시장도 마찬가지다. 동대문구 장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선 실제 거주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매물이 있어도 쉽게 사려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거래 위축을 우려했다.
반면 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용적률, 층고제한,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이 완화돼 사업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허가 대상이 아닌 6평 이하 주택, 토지, 그리고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은평구 수색동 일대는 10평대 지분이 평당 1800만원 선으로 매매가 뜸한 반면 6평 미만은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등 많이 팔려나갔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6평 이상 지분 거래에는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며 "다만 6평 이하는 거래 제한이 없어,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도 “용적률이 높아지고 소형평형 비율이 낮아지면 종전보다 넓은 평수에 추가 부담금을 적게 들이고 입주할 수 있게 된다”며 “매수세는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기존 지분 가격은 오르는 현상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는 별도로 강북 노후 재개발이 본 궤도에 오름에 따라 주변 아파트 가격이 꿈틀 거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촉진지구는 지역 내 생활 환경까지 정비하는 의미"라며 "재개발에 따른 후광효과가 주변 아파트까지 미쳐,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최근 들어선 강남 재건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뛰는 양상”이라며 “강북 균형개발이라는 취지보다 개발 호재→ 집값 급등으로 인식하는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의 보다 세밀한 집값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6평 초과로 결정됨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재개발.뉴타운 사업 특성상 비싼 추가분담금을 내고 새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입주할 원주민들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규정 부동산 114팀장은 "재개발 사업의 원주민 정착률은 30%를 넘지 않는다" 며 "토지거래 허가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정작 서민들이 땅과 집을 팔지 못해 고통 받게 되는 만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