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진형 기자
2006.04.19 14:28:02
정몽구 회장이 기부키로 한 글로비스 매물 급증하며 급락
주주들 주가 하락에 "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 항의
김상조 소장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주주가 진짜 피해자"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주주들에게 무슨 죄가…"
글로비스(086280) 주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지분 전량을 사회단체에 기부키로 하면서 글로비스의 성장 값어치가 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의 최대 피해자는 현대차그룹 3인방인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의 주주들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식시장 일각에서는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기부를 '전례 없는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1조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없이 사회복지기관에 환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글로비스 주가는 급락세로 돌변했다. 오전 내내 5% 내외의 강세를 보이던 주가가 오후 2시10분 현재 11.14% 급락한 3만7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월말 상장 첫날 4만8950원에 거래를 마치고, 열흘도 안돼 9만1100원까지 치솟기도 했던 때와 비교되는 순간이다. 당시에는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를 밀어줄 것이란 기대감으로 급등해왔다.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이날 현대차그룹의 발표로 산산조각났다. 현대차그룹을 등에 업고 예상됐던 글로비스의 성장성은 불확실성으로 돌변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부장은 "여타 그룹에서 글로비스를 인수한다면 모르겠지만 향후 전망은 극도로 불투명해졌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사회환원 수단으로 특정기업을 내팽겨치는 것은 주주들의 손해를 무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투자심리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글로비스가 비자금 창구로 이용됐다고 했을 때에도 주가는 연일 조정을 받았지만 이와같은 공황사태까지는 아니었다.
거래량은 이 시각 현재 400만주를 넘어서면서 이미 상장 이후 최대로 분출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와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 지분을 제외하고 유통가능 주식이 750만주(2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너도 나도 주식을 던져버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비스는 이번 발표로 더욱 믿을 수 없는 회사가 됐다"면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에 대한 사업권을 뺏거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증폭됐기 때문에 가망 없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발표로 정작 손해보는 당사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주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회사 편취에 따른 부당이득은 사회로 환원할 것이 아니라, 부당이익을 거둬들였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회사와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현대차그룹 3인방의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글로비스에 물류를 몰아주면서 상당한 이익을 넘긴 만큼, 다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정 회장 일가가 세운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몰아주기로 최소한 1조976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현대차그룹 3인방이 이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현대차그룹 전현직 이사 5명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지분 사회환원이 소액주주 집단소송제로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주식시장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