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입찰 양호했지만…'금리 위험' 안심 이르다

by김정남 기자
2023.11.08 10:24:27

이목 모은 美 3년물 입찰서 낙찰금리 4.701%
비교적 탄탄한 수요 확인…장기시장금리 하락
10년·30년물 입찰 줄줄이 대기…여전한 긴장감
연준 긴축 스탠스 변수…"우리의 일 안 끝났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을 모았던 미국 3년물 국채 입찰이 양호하게 끝났다.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미국 재정적자 우려에도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비교적 탄탄했다. 다만 곧바로 10년물과 30년물 입찰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시장 상황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제공)


7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등에 따르면 재무부가 이날 진행한 480억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4.701%로 직전인 지난달 3년물 입찰 당시 수준(4.740%)을 밑돌았다. 응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입찰에 참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응찰률은 2.67배로 이전 6개 입찰 평균(2.79배)에 다소 못 미쳤다.

해외 간접 낙찰률과 미국 내 직접 낙찰률은 각각 64.6%, 19.1%를 기록했다. 일반 입찰자들이 물량의 대다수인 83.7%를 가져갔다는 의미다. 통상적인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딜러(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정부증권 딜러)가 가져간 비율은 16.3%였다. 프라이머리딜러의 낙찰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남은 물량이 적었다는 뜻인데, 이번 역시 예상보다 수요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입찰이 유독 주목 받은 것은 최근 장기국채금리가 폭등하는 투매 현상이 심화하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입찰마저 부진할 경우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금융시장 전반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 월가에서는 미국 재정적자 공포가 급증하는 기류다. 미국은 세계 패권전쟁에 따른 국방비 지출, 기후 변화에 따른 녹색 투자,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등 돈을 써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데, 공급량 증가는 곧 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게다가 높아진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을 메우려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더 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날 입찰이 양호하게 끝나면서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간밤 뉴욕채권시장에서 3년물과 5년물 이상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바로 이튿날인 9일 진행하는 40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이다. 미국 10년물은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용카드대출 등에 연동돼 있어 실물경제 파급력 역시 크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9일에는 초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 발행에 나선다. 만에 하나 장기물 수요가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 금리는 다시 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셈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대외적으로 여전히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연준 내 대표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좋은 경로에 있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는 지표에 달렸다”며 “2% 물가 목표치로 되돌리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만약 우리가 더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간밤 1년물 이하 단기물 국채금리는 장기물과 달리 일제히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