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침실에 돈가방 가득"...전두환 손자, 檢수사엔 회의적
by박지혜 기자
2023.04.05 10:57:4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 일가 중 처음으로 5·18 피해자와 광주 시민에게 사과한 손자 우원(27)씨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서 본 ‘돈 봉투’에 대해 언급했다.
우원 씨는 지난 4일 오후 KBS 1TV ‘더 라이브’에서 할아버지 전 씨에 대해 “안타깝게도 따뜻한 할아버지이기보다는, 모든 분이 어떻게든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상속을 받거나 용돈을 받으려는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도 부모님이 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강제로 애교를 떨어야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1986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가족 신정세배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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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원 씨는 전 씨 일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전 씨 집을 찾은 사람들에게 돈 봉투를 주는 게 관례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원 씨는 이날 ‘돈 봉투’ 액수에 대해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단위였다. 어머니(친모)께서도 증언을 하셨고 제가 어릴 때여도 돈 봉투가 두꺼운 걸 (알 수 있었다)”며 “침실 벽에 돈 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이 여러 개가 있었다. 그런 게 항상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비자금 의혹 관련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의향이 있지만 “얼마나 좋은 열매를 맺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저희 가족은 굉장히 치밀하고 이때까지 한 번도 법에 의해서 심판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조사한다고 해서 (비자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원 씨는 또 “가장 중요한 건 가족들이 저의 용기를 보고, 희생을 보고 조금이라도 정의를 따라서 양심 고백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전두환 씨 손자 우원 씨가 공개한 할머니 이순자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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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 차남 재용 씨가 전 부인 최 씨와 낳은 둘째 아들은 우원 씨는 “돈으로 인해서 붙어 있던 가족인데 추징금이나 비자금 관련 조사로 돈이 없어지면서 다 뿔뿔이 흩어졌다”면서 “저도 어떻게 보면 전재용 씨가 재혼해 버려진 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용 씨는 최 씨와 이혼한 뒤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와 재혼해 딸 둘을 낳았다.
우원 씨는 자신의 행보 관련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어머니께서 유일하게 ‘자랑스럽다. 정말 수고했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제가 미국에 있을 때 한국으로 오라던 가족들은 연락을 해도 안 받더라”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광주를 다녀온 뒤에도 “(아버지께 연락을) 직접 해도 안 받으셨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신변 안전을 우려하는 누리꾼 질문에 “어머니께 저희 가족을 크게 지지하는 분들이 전화를 계속하고, 두려움을 느낄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 전두환 씨의 손자 우원 씨가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고 문재학 열사 묘비를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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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원 씨의 폭로와 사과로 전 씨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여론이 환기되고 있다.
전 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과 뇌물수수 등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전 씨는 추징금 납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2003년 재산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에 현금성 자산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고 검찰이 전담팀을 꾸려 전 씨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서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약 1283억 원이다. 관련 법적 절차가 마무리돼 조만간 받는 금액 55억 원까지 더해도 867억 원의 미납금이 남는다.
2021년 11월 전 씨가 사망하면서 추징금 집행도 사실상 종결됐다. 형사소송법상 추징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을 대상으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전 씨 일가에 대한 추징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 씨가 사망한 뒤라도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재산추징 3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소급 입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전 씨의 아내 이순자 씨와 아들 재국·재용·재만 씨, 딸 효선 씨, 손자·손녀 등 70여 명을 고발했다. ‘전 씨 일가가 불법 자금을 세탁해 숨긴 뒤 이를 원천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는 우원 씨의 폭로를 수사해달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사건을 배당해 검토에 나섰는데, 해당 수사도 우원 씨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