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더는 허니문 없다" 선언…탄핵 카드 꺼내드나[궁즉답]
by이성기 기자
2022.06.29 11:17:18
170석 압도적 다수, 탄핵 발의 의결 수치상 가능
정권 초반 정치적 부담, 헌정사 실제 의결 3건에 불과
"역대급 권력 사유화,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판단"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 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이성기 이상원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 같은 주문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정부 수립 이래 최초의 대통령 파면으로 기록된 장면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국회에 다시 탄핵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좌(左)동훈·우(右)상민`으로 칭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입니다. 민주당은 최근 이 장관의 행보를 두고 “법과 원칙과 상식을 벗어난 `경찰 길들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경찰청장 후보 6명을 대상으로 `1대 1 면접`을 실시하고 행안부 내에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을 신설해 경찰 조직을 직접 지휘·감독하려 나섰기 때문입니다.
한 달가량 임기가 남은 김창룡 경찰청장은 27일 사의를 표명했고 민주당은 “민주 경찰을 만들기 위한 30년의 노력을 국회 입법을 거치지도 않고 시행령 개정만으로 거꾸로 되돌리겠다니 윤석열 정부의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21대 전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을 이끌게 된 서영교 의원은 28일 오전 검·경농단 저지 대책회의에서 “`경찰국`을 만든다고 하는데 국회 와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고 제안하라”며 “국회 `패싱`하려 말고 국민과 소통하라”고 경고했습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과 박재호 의원 등 일부에서는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며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선 현행 헌법상 행정 각 부의 장은 국회의 해임 건의 대상에 포함됩니다. 탄핵 제도 관련 규범을 살펴보면 헌법 제65조에 국회의 탄핵소추권, 헌법 제111조 제1항 제2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권, 국회법 제130조 내지 제134조에 탄핵소추절차, 헌법재판소법 제48조 내지 제54조에 탄핵심판절차가 규정돼 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의장은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조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않는 경우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 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게 됩니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는 탄핵 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봅니다.
탄핵 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대통령의 경우 과반 이상) 발의, 의결은 재적 과반수(대통령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면 헌재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는 정지됩니다. 시점은 소추 의결서가 송달된 때부터입니다.
탄핵 심판에서 청구인은 국회이지만, 국회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을 맡게 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에도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당시 법사위원장이 헌재에 소추 의결서를 제출했습니다.
현재 의석 분포(민주당 170·국민의힘 115·정의당 6·기본소득당 1·시대전환 1·무소속 6)상, 민주당이 강행하려 한다면 탄핵 소추안 발의나 의결은 수치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초반 정치적 부담이 큰 탓에 실제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헌정사에서 소추안이 발의된 총 16건 가운데 의결된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농단` 임성근 전 부장판사 3건 입니다.
더구나 후반기 원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무위원 탄핵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높습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원내 기구의 공식적인 입장과 의견은 아니다”면서 “경찰 장악·법치 농단 저지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