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서 10년간 질식으로 68명 숨져…“겨울철 콘크리트 양생작업 위험”

by최정훈 기자
2021.12.23 12:00:00

10년간 질직재해 10명 중 4명은 건설업…“겨울철 다발”
콘크리트 보온 양생작업이 원인…일산화탄소 중독 위험 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근 10년간 질식재해로 숨진 168명의 근로자 중 68명이 건설업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선 겨울철에 질식재해가 자주 발생했는데, 이는 콘크리트 양생작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월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중장비들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총 195건의 질식재해에서 16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건설업에서 78건(40.0%)의 재해에서 사망자 68명(40.5%)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제조업 52명(30.9%) △기타의사업 28명(16.7%) △농축산업 13명(7.7%) △운수창고통신업 6명(3.6%) 등 순이다.

계절별로 건설업 외의 업종은 봄, 여름철 많이 발생하고 겨울철에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설업의 경우 오히려 겨울철에 질식재해의 약 3분의 1(25건, 32.1%)이 발생하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건설업 질식재해 사망자의 40%에 가까운 26명(38.2%)이 겨울철에 집중됐다.

건설업에서 겨울철에 질식재해가 다발하는 이유로 특별히 겨울에만 이루어지는 콘크리트 보온양생작업이 꼽힌다. 이는 겨울철 건설업 질식재해 25건 중 17건(68.0%)이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은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 후 난로 등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굳히는 작업이다. 이때 건설 현장에서 난로 연료로서 경제적인 갈탄, 목탄 등을 사용하게 되면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이후 보온양생 장소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천막 등으로 막아 환기도 되지 않아 일산화탄소가 고농도로 축적돼 질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그간 겨울철에 발생한 건설업의 질식재해 주요사례는 이러한 양생공간에 무방비로 들어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들이다.

2011~2020년간 업종별 질식재해 현황(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는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적정공기 상태를 확인한 후 작업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산소호흡기나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자는 이러한 안전보건 조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어떤 경우도 근로자가 보온양생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일산화탄소가 적게 발생하는 열풍기의 사용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김철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국장은 “이번 겨울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질식재해는 사망사고는 물론 대표적 급성중독으로도 다뤄지고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