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 오토바이 사망 현장에 국화꽃..."내가 될 수 있었다"

by박지혜 기자
2021.08.27 13:36:5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망 사고’ 관련 추모식이 열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은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서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추모 행동’을 진행했다.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선릉역 근처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40대 운전자가 23톤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가 화물차 바로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치여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60대 화물차 운전자는 신호가 바뀌어 출발했는데, 운전석이 높아 앞에 있던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랫폼 배달라이더들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서 열린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의 추모행동’에 마련된 고인의 오토바이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선릉역에서 ‘배달의민족’ 앱으로 운행을 하던 배달라이더가 화물차에 깔려 사망했다”며 “우리는 그 사고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 라이더는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고 당일 잠 못 드는 라이더가 많았다. 경미한 사고만 나도 가족들은 우리에게 ‘배달일을 그만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 고인이 사고를 당했던 날, 우리 가족들에게 이런 질문을 다시 한 번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린 언제나 손님에게 빠르게 음식을 갖다 주고자 플랫폼사간의 속도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생존을 위해 도로 위를 달린다”며 “평범한 가장이 왜 그렇게 자기 생명을 갉아먹으며 급하게 달리는지, 그리고 자동차 사이를 뚫고 횡단보도 앞에 서는지, 신호와 핸드폰을 계속 번갈아 보는 이유가 플랫폼사 간의 속도 경쟁인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릉역 배달 오토바이 사망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서비스노조는 “오토바이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우리 배달라이더이다. 갖은 언론에 실리는 악플(악성 리플)들을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괴로웠다”며 “100% 개인의 잘못인 사고가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도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또 “배달업에 들어오는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이 제대로 된 게 있는가? 산업안전교육이라 해서 몇 시간의 기본 교육은 있지만, 오토바이를 안전하게 타는 법, 배달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일, 도로 위에서 실제 안전에 필요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배달라이더들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서 열린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의 추모행동’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노동자의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앞에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는 사고가 나면 온전히 우리 책임이 된다”고도 했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 기업에게 △유가족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해 장례비용 일체와 위로금 지급 △사고 라이더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할 것 △라이더의 안전교육 강화 등을 요구했다.

플랫폼 배달라이더들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앞에서 열린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의 추모행동’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서비스노조는 고인의 삼일장이 되는 오는 28일까지 선릉역 옆 오토바이에 헌화 및 향을 피우는 추모 행동을 진행할 것이며, 고인의 죽음에 아파하는 라이더에게 부조금을 모아 유족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라이더 안전교육, 플랫폼기업 라이더 보험가입 의무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