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애플 NFC폐쇄 정책' 규제 못한다..업계 비판 고조
by김현아 기자
2017.02.07 10:23:20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방통위에 애플 신고
애플 NFC 기능 공개 안해..방통위,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제 대상 아냐
업계, 글로벌 회사와 역차별 우려
부당행위, 고시 아닌 국회 입법으로 논의해 안정성 갖춰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애플이 근거리무선통신(NFC)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애플 페이 용도로만 쓰고 다른 사업자에 공개하지 않는 행위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처벌할 수 있을까.
국내 핀테크 업계는 이같은 애플의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아이폰 이용자에 대한 이익침해에 해당한다’며, 부당행위로 규제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 페이 외에 다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 이익을 침해받는 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과 달리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은 교통카드 기능이나 신용카드사의 앱 서비스, 신용카드 본인인증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애플은 NFC API에 대해 비공개하는 이유로 애플페이 용도로 쓰기 때문이라지만, 안드로이드 폰에서 제공되는 삼성페이는 같은 NFC를 이용하지만 다른 포트를 열어 교통카드나 택시 안심 서비스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같은 애플의 정책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조건 부과나 제한 부과에 해당된다는 게 핀테크 업계 주장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애플의 이같은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이 NFC 기능을 다른 사업자에 열어주지 않는데 애플이 국내에서만 그랬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국내 뿐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주의 주요 4대 은행이 같은 문제로 호주 공정위에 해당하는 ACCC에 애플을 고발했다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장도 확인해 보니 다르더라”면서 “4대 은행이 애플과 NFC 기능 이용을 협의하는데 공조할 경우 이것이 담합이 되는가 여부에 대해 ACCC에 질의한 것이고 담합이라는 결론을 일차적으로 얻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글로벌 서비스로 NFC 폐쇄 정책을 쓰는 걸 국내 법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순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구태언 태크앤로 변호사는 “애플은 애플 뮤직을 제공하고 앱스토어에 댓글 기능이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라면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규정돼 있는 부당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NFC가 적용된 애플 페이는 자체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다른 서비스의 결제이기도 하다”면서 “이는 수수료를 제공하는 다른 CP간 경쟁 관계일 수도 있고, 애플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차별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애플코리아는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에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상에선 온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면 부가통신사로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면 2년이하 징역이나 1억원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신고했더라도 시정명령을 안 지키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인 애플의 NFC 폐쇄정책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게 방통위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 NFC 폐쇄 정책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 논란을 규제할 수 없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폐쇄냐, 개방이냐 문제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해외 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당행위의 규제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애플이 NFC를 개방했는데 이후 대상자를 상황에 따라 차별했다면 규제할 수 있지만 폐쇄성 자체를 규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같은 논리라면 구글이 미국에서 콘텐츠를 소싱하면서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는 자체 기준을 정하고 이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방통위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며 “방통위 맘에 안드는 국내 사업자들은 ‘부당행위 찾아봐’라고 해서 맘대로 규제하고, 글로벌 공룡들은 처벌하기 어려운 참으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규제”라고 우려했다.
방통위가 입법예고를 추진 중인 전기통신사업법상 고시(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제정안)가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고시는 망중립성이나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불합리성이나 차별성에 대한 세부 기준 정도를 밝힌 것”이라면서 “중립성 논쟁에 말려 시간을 허비했다.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해당 고시를 비공개 연구반에서 논의할 때도 고시의 적용범위에 ‘이 고시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적용한다’고 단서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외 사업자나 서비스 의제조항을 고시에 넣기 어려운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면 불완전한 고시를 강행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통해 법적인 안정성을 갖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