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시장 해빙, 아직 확인할 것은..

by김윤경 기자
2009.05.19 16:13:10

라이보, 연일 하락..3개월 달러 라이보 0.21%
美증시 공포지수 급락.. VIX 지난해 11월 고점대비 61% ↓
BoA "정부 지원따른 단기 회복..장기적으론 비용"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라이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가 연일 급락하고 주식 시장의 공포감을 나타내는 지수가 급락하는 등 얼어붙었던 유동성 개선과 관련한 긍정적인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층 가열시켰던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모습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미국에선 실물 경제의 회복까지 진단하고 있다. 벤 S.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이 지난 3월 경기 회복의 조짐, 이른바 `그린슈트(Green Shoots)`를 언급한 데 이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확실히 안정돼 가고 있다"고 진단해 낙관론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란 신중론도 나온다. 리먼 사태 이전의 평온한 상황과 현재의 상황은 표면적으로는 같을 지 몰라도 그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복을 가늠하는 잣대를 달리봐야 할 수도 있다.



국제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가늠케 해 주는 라이보는 연일 하락중이다.
 
영국은행가협회(BBA)에 따르면 18일 3개월짜리 달러 라이보는 0.21875%를 기록했다.지난 15일 0.225%에 비해 하락한 것. 지난 34일간 계속해서 떨어져 왔다.

신용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0월10일 3개월 달러 라이보는 4.81875%까지 치솟았다가 연준 등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에 힘입어 급격하게 내려갔다.

라이보와 오버나잇인덱스스왑(OIS·하루짜리 초단기대출금리)간 격차인 라이보-OIS 스프레드도 58.4베이시스포인트(bp)로 좁아져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이 좁아졌다. 지난 15일엔 62.7bp였다. 지난해 10월10일 366bp까지 늘어났었다. 
 

▲ 200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라이보-OIS 스프레드 추이
 
픽텟 & 시에 뱅쿼리즈의 마이클 벤하임은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리스크 회피 심리가 크게 사라지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의 비전형적인 수단이 꽤 잘 작동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상황이 정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 체이스는 자금 시장의 수익률 하락 보다 금리 하락이 더 늦기 때문에 라이보는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18일 뉴욕 증시가 주택 및 금융권 안정 등에 힘입어 크게 오른 가운데 `두려움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측정하는 변동성 지표 VIX(Volatility Index)는 8.7% 급락, 30.24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인 지난해 9월12일 25.66을 기록한 이후 급등, 지난해 11월 80.86을 기록한 이후 VIX는 이후 61% 떨어졌다. 지난 19년간 평균은 20.11였고, 올들어 평균은 41.90이다.

VIX가 30을 웃돌 경우 이는 일반적으로 공포와 불확실성에 따른 강한 변동성이 있음을 보여주며, 20을 밑돌 경우엔 시장이 평온한 상태인 것으로 해석된다. 20~30 사이일 때엔 시장이 저점에 있음을 의미한다.
 
▲ 2007년2월 이후 현재까지 美증시 S&P500지수(빨간색) 및 VIX(파란색) 추이



 
 
 
 
 
 
 
 
 
 
  

 

 
그러나 신용 시장이 확실한 해빙 무드를 맞고 있거나 주식 시장도 펀더멘털에 기반해 장기적인 상승 추세에 들었다고 보긴 무리란 지적도 없지 않다. 
 
바덴-뷰르템베르크 란데스방크의 트레이터 잔 미쉬는 "최근에 나쁜 소식을 듣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긴장을 풀고 있다"면서 "반면 같은 속도로 상황이 반대로 갈 수도 있다. 더 이상 라이보가 떨어지기는 힘든 지점에 와 있다"고 언급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15일자 보고서(Why `Green Shoots` is this Year`s `Decoupling`)에서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그린 슈트 주장이 '지난해 유행했지만 결론적으로 틀린 것으로 판명난' 디커플링론처럼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정부가 부담을 지는 구조의 신용 시장의 단기적인 안정세는 오히려 장기적인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 슈트`란 신용시장의 빠른 반등이 정상 수익으로의 빠른 복귀를 의미한다는 미신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업어음매입 프로그램(CPFF) 등 정부의 다양한 개입이 성공적이어서 금융 시장의 패닉이나 추가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단기간에 안정을 가져온 `비용`은 장기적으로 성장세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봤다. 그리고 `최악(worst)`이란 것이 경기 회복의 지연을 의미한다면 여전히 신용 시장에 그런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BoA는 정부 지원에 따른 신용시장의 흐름 개선이 디폴트 급증을 당장 막아주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경제 회복의 핵심인 금융 시장의 개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실제 부도율은 급격히 치솟았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역 V자형`의 스위스의 마테호른처럼 되지 않고 위가 평평하게 솟아있는 호주의 에이어 바위와 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금융 안정화 대책(FSP)과 이어서 발표된 민관합동투자 프로그램(PPIP) 등은 막다른 곳에 몰린 민간 투자자들을 안심시켜 시장으로 돌아오게 했지만, 신용 시장 회복이 투자자들이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몰락 리스크가 있다는 전망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기본자본(Tier 1) 비율을 기준으로 진행, 결국 주식 투자자들에게 은행주를 사도록 독려함으로써 디폴트 사이클을 연장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존에 얘기됐던 유형자기자본(TCE) 비율 대신 (덜 엄격한)기본자본 비율을 활용함으로써 은행들이 부실자산 해소에 덜 나서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경제 성장의 기회가 될 새로운 신용의 흐름을 여는 과정을 막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번의 시장의 안정은 단기간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동성이 있다(liquid)"고 할 때의 의미인 `적시에 원하는 수량을 가격 영향없이 사고 팔 수 있는` 수준까지는 회복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직 자산 매매에 있어서  매수·매도 호가 차이(Bid-Ask spread)가 이전 수준만큼 타이트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