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진형 기자
2005.08.26 18:45:52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지난 2월말 주가가 1000포인트를 찍자 여의도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지수가 50일 연속 1000포인트를 웃돌고 있습니다. 꿈의 지수 1000포인트 시대가 열렸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1000포인트를 체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증권부 조진형기자는 이 때문에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고 해서 경제문제가 다 풀렸다는 식의 정부 인식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증시가 다시 1000포인트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넘볼 정도로 높게 치솟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예전같았으면 길가에 함박웃음이 넘쳤을터이지요. 이상한 것은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입니다.
높게 솟아 있는 주가와는 달리 우리 주변에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1000포인트에 무감각합니다. 얼마전 한 증권사 지점장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객장은 여전히 썰렁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변함이 없습니다. 1000포인트를 체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뜻밖입니다. 축제 기분은 아니더라도 이젠 좀 흐뭇해하고 그동안 자린고비생활 때문에 미뤄놨던 여행도 하고 새 차도 살 여유도 생겨야할텐데 말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 1000포인트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타오른 증시 덕을 못 봤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살펴보죠.
얼핏 보기에 지수가 오르면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이익을 내지 않았을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난 95년 2월 당시보다 오른 거래소 종목이 몇 개인가 따져보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놀랍습니다. 그 때보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20% 미만이었습니다.
일부 종목들이 지수를 1000포인트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 일부 종목들도 개미와는 상관없는 종목이었습니다. 대부분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고 유통수도 많지 않은 탓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아니라 코스닥지수야말로 개인투자자의 체감과 가장 밀접하게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현재 코스닥 지수는 512포인트. 지난 2000년 3월 기록했던 2900포인트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는 일종의 환상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환상이 단순히 투자자들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그나마 시장에서 이런 모순을 어렴풋이 느껴 체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떨까요. 오히려 박탈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이고, 주가지수는 한 나라의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인식은 과거부터 이어져왔고 대체로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꿈의 지수가 1000포인트만 되면 다들 미뤘던 소비도 하고 저축도 좀 늘릴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이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말해 주가지수와 투자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영 다르게 가고 있다는 얘기지요.
물론 적립식펀드다 뭐다해서 간접투자문화가 확산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고해서 경제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정부의 생각은 위험한 듯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전에 연정(聯政) 제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 안정되는 것을 보고 이제 정치구조를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한 말은 정부의 인식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1000포인트를 한참이나 밑돌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제와는 동떨어진 주가에 무척이나 기대고 싶은 모양입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다수의 투자자들,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진력해야할 것입니다. 결코 자만할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의 체감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기업이 주식발행을 꺼리고 갈 곳없는 돈이 증시로 흘러들어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밀려올라가는 현상에 실물경기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물경기가 좋아져 주가도 올라가는 선순환이 형성되어야합니다. 부동산도 중요하지만 죽은거나 매 한가지인 기업가정신을 일깨워주고 투자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묘안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장경기가 활력을 얻을 때라야만 체감주가지수도 훌쩍 1000포인트를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