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이상 기후, 적응 가능한 재난 관리 체계로 확 바꾼다

by이연호 기자
2023.12.07 12:00:00

범부처, ''기후 위기 재난 대응 혁신 방안'' 발표...인명 피해 최소화 5대 전략 수립
尹 "지금껏 해 온 방식으론 이상 기후 대응 못 해" 후속 조치
全 시·군·구에 상시 재난안전상황실 구축, 재난 현장 디지털 기술 실증 사업 추진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산사태 취약 지역 등 붕괴 위험 사면(斜面)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재난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전체 기초 지자체에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구축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난 상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재난 대응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기후 위기 재난 대응 혁신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역대 1위’를 경신하는 호우가 자주 관측되고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함에 따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기 위한 대책으로,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상 기후에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발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7월 31일부터 관계 부처,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특별팀을 구성·운영해 온 행정안전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5대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집중호우 시 인명 피해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이에 대한 전면적 대책을 마련했다. 산사태 취약 지역, 급경사지 등 붕괴 위험 사면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해 현장에서 집중호우 등으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대책을 추진한다. 산사태 취약 지역, 급경사지 등 위험 지역을 대폭 확대 발굴하고,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이라도 인명 피해 우려 지역으로 지정해 주민 대피 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위험사면(斜面)을 효율적으로 발굴·관리하기 위해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위험지역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지하차도에서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위험도까지 고려해 철저히 관리한다. 전국 지하차도에 담당자를 지정해 예찰·점검·통제를 실시하고, 기상·침수 상황에 따른 점검, 인력 배치 등을 포함한 단계별 행동 요령을 마련한다. 또 지하차도 방재 등급에 따른 진입차단시설 설치 대상을 확대하고 주변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세부 설치 지침도 마련한다.

재난 상황에 대비·대응하기 위해 재난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재난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자체 상황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지자체를 비롯한 각급 재난대응기관의 대응 역량과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전국 전체 시·군·구에 오는 2027년 말까지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구축하고 내년 말까지 위험 정보에 대한 부단체장 직보 체계를 갖춰 상황 관리를 강화한다. 실제 재난 상황을 가정한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 등 관계 기관 합동 훈련을 확대 실시하고, 재난 상황 시 최일선에서 대응하는 지자체장에 대한 재난 안전 교육도 의무화한다.

위험 기상 시 주민 대피·통제와 위험 상황 전파 체계를 개선한다. 취약 시설·지역별로 통제 기준을 정비하고,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산림청장의 대피 권한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산림청장이 시장 등에 주민 대피를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행하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또 산사태 예·경보 체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개선해 ‘예비 경보’ 단계를 신설함으로써 주민 등이 대피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기술을 재난 분야에 확대 적용해 과학적 재난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상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재난 대응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기관별로 관리하는 재난 정보를 연계해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디지털 모니터링 상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또한 기존 폐쇄회로(CC)TV와 관제 시스템을 활용·연계해 재난 위험 징후와 이상 행동을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지능형 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디지털 기술의 재난 분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 재해재난 디지털트윈 플랫폼’과 ‘도시침수 대응 시스템’을 현장에서 실증하고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 또 중앙부처, 자치단체, 민간의 디지털 재난 대응 거버넌스를 구축해 재난 분야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해 예방 제도·인프라도 보강한다. 재해 예방 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자연재난의 영향이 큰 산·하천·저수지·농지 등에서 재해 예방 사업을 확대한다. 부처별로 추진하던 재해예방사업을 지자체 중심(마을 단위)의 일괄 정비사업으로 개선하고, 기후 변화를 고려해 하천, 하수도 등의 방재 설계 기준을 강화하도록 ‘방재 기준 가이드라인’을 개선한다. 국가하천 배수 영향 구간에 위치한 38개 지방하천은 국가가 직접 정비하고, 사면·저수지·농지·어항·항만 등 자연재난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에 대한 성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폭염·한파, 대설, 가뭄, 산불 등 다양한 기후 위기에 대비한다. 폭염·한파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대설에 대비해 현장 중심의 제설 대책을 추진한다. 스마트기기 보급, 담당자 일대일 매칭을 통해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에너지바우처 지원을 강화하는 등 폭염·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를 예방한다. 모든 지자체 긴급대응팀을 가동해 부족한 제설 자재·장비 등을 상호 지원하고, 소형 제설 장비를 적극 활용해 이면도로를 관리하는 등 빈틈없는 제설을 실시한다.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산불 방지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국지적 가뭄에도 위기 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하고 기상, 농업용수, 생활·공업용수 등 부처별로 실시하던 가뭄 예·경보 체계를 통합해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산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산불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지능형 산불 방지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고성능의 산불 진화차와 초대형 헬기를 확대 도입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대책 중 위험 사면 관리 강화, 지하차도 인명 피해 방지 대책 등 긴급한 과제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집중 추진해 다가올 자연재난에 신속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이번에 발표한 대책이 현장에서 빈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 대책‘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매년 변화하는 기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기후위기 재난 대응 민간전문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해 대책이 잘 작동하는지, 미진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계속 확인하고 대책을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