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무슨 죄” 김수로의 하소연 해결된다

by정다슬 기자
2020.09.22 10:36:03

권익위 불공정 대관제도 개선
사용일 이전 특정시점까지 예약 취소 시 전액 환불
코로나19 이후에도 적용…각종 청탁·특정단체 특혜 시비 차단
국가·지자체·공공기관 관할 대관시설…민간 영역은 별도 해법 찾아야 할듯

김수로 더블케이 필름앤씨어터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코로나19 위기를 맞은 공연예술 현장 관계자들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를 향해 현장의견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살면서 이렇게 정말, 저희 공연하는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힘든 일이 찾아왔다”(배우 겸 제작자 김수로)

배우이자 제작사 대표인 김수로 대표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에서 호소하던 대관료 환불 문제가 해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 전 공연장 등 공공문화시설 예약을 취소해도 대관료 전액을 위약금을 내야 하는 불공정·불합리한 대관사용 규정이 개선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7일 전원위원회에서 ‘공공 문화시설 대관 투명성 제고’ 방안을 의결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등 관계기관은 2021년 9월까지 이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은 자체 보유·운영하는 공연장, 전시실, 강당, 야외무대 등 문화시설을 유휴 시간대에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민간 등에 대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민간 시설에 비해 저렴하고 일정 수준의 질을 담보하는 공공 문화시설을 빌리고 싶어하는 이는 많은 반면, 시설과 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예술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

공공기관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따라 대관절차나 대관료를 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권익위가 전국 문화시설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관이 시설 대관과 관련된 정보공개가 빈약했고 대관 공고 시에도 공공계약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방문접수와 사전상담을 요구했고, 정기대관의 경우 제출 마감일이 10~20일 전에 공고돼 사전 정보가 없는 이들의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부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수시대관 역시 공고와 동시에 신청받거나 공공기관 7일 이하로 짧았다.

대관심의위원회 역시 위원회 인원수와 외부위원 구성 비율이 없고, 어떻게 심사하는지 절차와 평가기준 안내가 없었다. 수시대관의 경우, 대관심의위 없이 자체 결정이나 선착순 선정해 재량권이 남용될 여지가 컸다.

이렇다 보니 예술업계에서는 대관을 둘러싸고 특정단체 특혜와 공공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 모극장의 경우 대관심사를 협회장이 단독으로 심사해 협회장 소속 단체에게 특혜 대관해주고 있다거나 정기대관 신청일도 끝나기 전에 대관팀들이 모두 결정돼 있었다는 민원 등이 국민신문고에 다수 접수됐다.

같은 시설을 사용하더라도 공연물 성격·장르별로 대관료가 달라졌고 수익배분 관점에서 사용료를 추가로 징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경우, 대중음악 공연 시 대관료가 공연행사보다 약 16.6배나 많았다. 또 이같은 조항이 검수담당자와 공연관계자의 비리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국·공유 재산 관련법은 사용료가 잘못돼 과도하게 지급되거나 사용 취소·철회 등 사유가 있으면 취소부분 해당 금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관은 행정규칙과 조례를 통해 사용 이전 취소해도 총액의 50~100%를 위약금 형태로 공제하면서 돌려주지 않았다. 김수로 대표가 이낙연 대표 앞에서 호소하던 문제도 이것이다.



권익위는 “이는 관계 법령의 과오납금 반환 의무 위반이며 취소 부분 해당 금액은 법률상 원인없이 납부한 것이 돼 미반환시 부당이득 문제가 발생한다”며 “선납액 일체 미반환 등 과도한 공제 역시 일반계약의 평균 10% 위약금 수준, 특정일까지 전액 반환 관점과 배치돼 불공정거래로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는 공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던 대관규정을 시정하고 국가 계약법령의 기술평가 입찰 공고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정기대관은 최소 40일, 수시대관은 최소 14일 전에 공고해 신청서류 준비시간을 보장하고 공공내용에 계약체결 기준과 절차, 심사 평가요소·방법, 결과발표 일정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비대면 예약시스템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사전협의나 대면접수를 지양하도록 했다.

대관심의회는 외부위원이 최소 50% 이상 참여하도록 해 회의록 작성과 심의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법령 등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단체에 우선대관 특혜를 제공하거나 특정인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규정도 폐지하도록 했다.

또 법령 등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단체에 우선대관 혜택을 제공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관련 법령의 위임 없이 특정 단체의 대관사용 신청자격이나 사용허가를 제한하는 규정도 폐지했다.

또 동일 시설물에 대한 요금제의 종류와 금액 편차를 줄이고 대관자의 판매수익 일부를 사용료로 추가 징수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용일 이전 특정 시점까지 취소하면 선납금 전액을 환불해주고, 필요할 경우 위약 성격의 미반환 공제금은 총액의 10% 이내로 제한한다. 또 대체 대관자를 선정하거나 손해발생이 없는 특정 시점까지는 공제 없이 전액 환불하는 것이 원칙화된다.

다만 독립채산제·책임운영 기관 등 영리 특성이 있는 기관은 최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지키는 범위에서 미반환 공제금 상환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 일부 공공문화시설의 경우, 코로나19를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의 사유로 규정하고 대관료를 전액 환불해주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사용 전 특정일 이전 대관을 취소하면 대관료를 전액 환불해주도록 제도로 못 박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익위 개선안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관할하는 시설에 적용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공립 시설물은 공연장 558개소, 문예회관 225개소, 박물관 416개소, 미술관 72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