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 급 한반도행…1994년 북핵 위기 재현 가능성

by김관용 기자
2017.04.10 10:32:40

호주로 가던 美 핵항모 '칼빈슨호', 한반도로 방향 급선회
美 최첨단 전력 한반도 주변 속속 집결
'독자적 행동' 경고 나선 美, 北 핵 도발에 응징할 수도
美, 화학무기 사용 시리아 정권 미사일 폭격

한미 독수리연습(FE)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달 부산항에 입항한 칼빈슨호 모습. 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는 5000여명의 병력과 F/A-18 슈퍼호넷, S-3A 대잠수함기, SH-3H 대잠수함작전헬기, E-2 공중조기경보기 등 70대 이상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이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전격 이동하는가 하면 주요 미군 전력들이 한반도 주변으로 집결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폭격을 가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북한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독자적 방도’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6차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실제 응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외신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의 ‘칼빈슨호’(CVN 70)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지난 달 한반도에 전개돼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한바 있다. 이어 서태평양 지역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이달 4일 싱가포르에 입항했다. 이후 칼빈슨호는 호주로 갈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경로를 틀어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

데이비드 베넘 미 태평양사령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이 최고의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서태평양에서의 존재감과 준비태세 유지를 위해 칼빈슨 항모전단을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역시 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인근 전개와 관련 “북한이 도발적인 행위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 태평양사령부는 칼빈슨 항모전단 뿐 아니라 미 공군이 괌 앤더슨 기지에서 운용하던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5대를 일본 도쿄도 요코다 기지에 전진 배치한다고 밝혔다. 괌 기지의 글로벌호크가 요코다 기지에 배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 해군의 또 다른 항공모함인 레이건호가 일본 요코스카항에서 정비 중이라 한반도 유사시 긴급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스터릿함과 듀이함으로 편성된 미 해군 3함대 소속 수상전투전대가 미 샌디에이고를 떠나 서태평양으로 이동했다.

미국 주요자산들의 한반도 주변 전개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리아 처럼 유사시 북한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 6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한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 선제타격을 검토했던 1994년 북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타격 관련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8일 담화를 통해 “일부에서는 수리아(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이번 군사적 공격이 우리를 노린 경고성 행동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그에 놀랄 우리가 아니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