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기CP 발행 현재현·윤석금의 엇갈린 운명

by민재용 기자
2014.01.14 14:24:48

사기성 CP 발행혐의는 같으나 현 회장만 구속
, 웅진처럼 계열사 매각통해 채무 조기 상환할지 관심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엇갈린 운명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재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받은 두 회장 중 구치소에는 현 회장만 수감됐다. 윤 회장은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도 조기에 갚고 법정관리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열사에 대한 집착과 경영권에 대한 욕심이 이 둘의 운명을 바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14일 새벽 현재현 회장을 횡령 및 배임, 사기 CP 발행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이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춰볼 때 구속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힌 직후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8월 같은 사기성 CP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금 회장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현재 현 회장 처럼 구치소에 수감되지 않은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 회장이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첫 공판을 받은 날 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재계는 사익 추구 유무와 기업의 회생을 위한 행동이었는지가 두 회장의 구속과 불구속을 가르는 검찰의 중요 판단 기준이었다고 보고 있다.

윤 회장은 1198억원대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직후 웅진코웨이 매각 자금으로 이를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으나 매각 절차가 지연됐다는 점을 집중 호소했다. 또 사익추구를 위한 특별한 개인비리 행위 등이 적발되지 않은 점도 검찰의 불구속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검찰은 총 2조원대로 추산되는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발행 사안은 웅진그룹과 다르게 봤다.



동양그룹이 회사채와 CP를 발행한 시기가 2007년경 부터 오래된데다 현 회장이 이를 변제할 능력과 의사가 크지 않았다고 고려했다. 특히 현 회장과 일부 경영진이 동양매직 등 알짜 계열사 매각을 미루고 그룹 경영권에 집착을 보이며 법정관리 신청직전 주식을 파는 등 개인 이익을 추구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은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총 1조 5109억원에 달하던 채무를 2749억원으로 줄였다. 남은 채무도 회생 계획에 따라 1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어 재계는 이르면 웅진그룹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웅진보다 1년 늦은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 절차와 속도가 웅진과 같을지는 미지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집착과 욕심이 구치소 앞에서 두 회장의 운명을 갈랐다”며 “비록 현 회장이 윤 회장처럼 구속은 피하지 못했지만 웅진처럼 계열사 및 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해 피해자들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