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하나금융 외국인 주주들..얼라이언스 등 지분축소

by이학선 기자
2011.03.18 14:47:35

얼라이언스번스타인·CRMC 등 주요 주주들 지분 줄여
차익실현·유상증자 물량부담 관측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앞두고 하나금융의 주요 외국인 주주들이 지분을 줄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3대 주주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지난해 10월 8.15%까지 늘렸던 지분율을 지난달 말 5.36%로 줄였다. 하나금융의 3자배정 유상증자로 발생한 지분 희석효과를 제외해도 지분율은 6.15%로 떨어진다.
 
이 기간 중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매각한 주식은 425만주에 달한다. 평균 4만원 정도에 팔았다면 넉달만에 1700억원어치를 판 셈이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프랑스 악사(AXA) 그룹이 최대주주인 자산운용사로 지난 2010년말 운용자산규모가 4860억달러에 달한다. 본사는 미국 뉴욕에 있다. 이 회사는 특히 하나금융의 신주상장 예정일을 열흘 가량 앞둔 지난달 17일부터 약 54만주를 장내매도 등의 방식으로 처분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매각 이유를 알긴 어렵다"면서 "굳이 매각이유를 찾자면 그간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익실현심리가 작동했을 수 있고 하나금융의 유상증자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을 예상해 지분을 미리 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캐피탈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 컴퍼니(CRMC)는 지난해 10월 5.15%였던 지분율을 두달만에 3.75%로 낮췄다. CRMC는 지난 2005년 하나금융 주식을 사들이 시작해 한때 지분율이 6%를 넘기도 했다. CRMC가 하나금융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로 계약한 직후부터다.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1주일동안 약 180만주를 팔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였던 테마섹이 지분 9.06%를 전량매각해 그 배경을 두고 추측이 무성했다. 당시 테마섹의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하나금융 지분을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테마섹은 지분매각으로 약 2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일본 원전사고 여파와 외환은행 인수 일정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외국인 주요 주주들이 지분을 처분한 배경에는 물량부담이나 차익실현 목적이 컸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금융위가 하나금융의 인수승인 안건을 미룬데 따른 불확실성이 더 큰 재료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17일 유상증자 발행가(4만2800원)를 밑도는 4만2550원으로 마감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당국의 승인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물량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