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새국면..`이머징마켓 부상` 인정해야"-FT

by정영효 기자
2008.04.23 15:05:48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믿을 곳은 이머징마켓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에도 이머징마켓 덕에 피해적어
이머징마켓의 부상,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국제 신용위기 이후 전세계 경제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신용위기가 실물 경제로 파급된 데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의 후유증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앙등이 협공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를 전세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무엇보다 선진국들이 이머징마켓을 전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인정하고, 이머징마켓의 부상을 환영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90년대 이후 전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출처=FT)
전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전세계 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전세계 경제가 새롭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영역에 진입했다"며 주요 경제대국들의 성장률 전망을 대거 하향 조정했다.

IMF는 우선 지난해 4분기부터 올 4분기까지 미국 경제가 0.7%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0.9% 증가할 것이라던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향후 4분기 동안의 성장률도 1.6%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13개국의 2007년 4분기~2008년 4분기 성장률 전망치도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경제국의 성장률 부진을 이유로 IMF는 올해 구매력(PPP) 환율을 기준으로한 전세계 경제성장률을 4.9%에서 3.7% 하향했다.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3.7%에서 2.6%로 더욱 낮아진다.



그러나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2%를 가까스로 넘었던 2001년과 2002년 성장률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치다.

IMF는 이번 신용위기를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금융시장 충격`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이같은 대형 위기가 몰아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양호함을 유지하는 현 상황을 IMF는 "규모는 엄청났으나 희생자는 많지 않은 지진"에 비유했다.



충격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로 이머징마켓이라는 완충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FT는 지난 5년 간 이머징마켓이 전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맡아왔다고 진단했다. 이 기간 중국은 전세계 경제성장률의 4분의1 가량을 견인했다.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 등 나머지 브릭스 국가들도 전세계 성장률의 4분의1을 책임졌다. 모든 이머징마켓과 개발도상국 경제가 전세계 경제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2에 달했다.

이머징마켓은 또한 거대한 자본수출국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1.1%에 달했다. 고유가는 중동 지역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를 살찌웠다. IMF는 올해 이머징마켓 및 개도국의 전체 무역흑자 규모가 72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전세계 경제에서 이머징마켓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IMF도 이머징마켓의 역할에 중점을 두면서 전환기를 맞은 전세계 경제를 향해 다음과 같
▲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각국의 무역수지
은 처방전을 내놓았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기조를 지지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 통화 확장 정책을 펼 것을 권고했다. 또 이머징마켓 국가, 특히 중국에 화폐 절상과 금리 인상을 지속해 줄 것을 제안했다.

FT는 IMF의 이같은 주문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신용위기를 유발하지 않는 속도로 국제 무역수지 불균형이 해소돼야 하고, 인플레 압력에 대처하는 통화정책이 적절해야 하며, 신용위기를 일으킨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머징마켓의 부상을 인정하는 선진국의 전향적인 자세라고 FT는 지적했다. 이머징마켓의 급성장을 질시하고 견제할 것이 아니라 현시대 최고의 성공스토리로 받아들여 이를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혼란과 집값 하락, 생필품 가격 급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선진국 국민들이 이머징마켓을 인정하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FT는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