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금지시 자발적 해고"…머스크, 첫 구조조정안 원격근무 공무원 표적

by이소현 기자
2024.11.21 10:12:19

WSJ 기고서 연방정부 구조조정안 소개
"트럼프 취임 직후 원격근무 종료 고려"
재택근무 중단 강행시 노조와 충돌 우려
국제기구·진보단체 예산도 삭감 대상 규정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테슬라와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근로자들의 원격 근무에 대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라는 경영 철학을 보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방정부 구조조정안으로 ‘재택근무 폐지’를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머스크가 수장으로 임명된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의 목표인 정부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 낭비성 지출을 없애기 위해 원격 근무자를 겨냥한 것이다. 재택근무를 폐지하면 연방 공무원들이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하게 되고, 정부 기관을 워싱턴DC 밖으로 이전하면 자발적인 해고 사태가 일어나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DOGE 수장으로 발탁한 머스크는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DOGE가 추진할 연방정부 구조조정안을 소개했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연방 공무원들을 일주일에 5일 사무실에 나오도록 한다면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그만둘 것이며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며 “연방 공무원이 사무실에 나오고 싶지 않아 한다면 미국 납세자가 코로나19 시절 특권인 재택(근무)을 위해 급여를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 새 정부의 잠재적인 조기 조치 항목으로 원격 근무 종료를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어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연방정부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남용해 의회가 입법을 통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서는 수준의 규제를 하고 있다며 이런 위헌적인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이런 규제의 이행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와 폐지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크게 줄이면 공무원 숫자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 정부 기관이 “헌법적으로 허용되고, 법령으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을 식별하고, “폐기되는 연방 규정의 숫자에 최소한 비례 되는 숫자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리가 없어진 공무원이 민간 부문으로 이직하도록 돕겠다면서 대통령이 기존 법을 근거로 조기 퇴직자에 인센티브나 자발적 퇴직 수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이 연방 공무원을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해고하는 것을 금지할 뿐 특정 직원을 겨냥하지 않은 인력 감축은 허용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대규모 해고와 연방 기관의 수도 밖 이전” 등의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비벡 라마스와미(사진=AFP)
WSJ 등 미 언론은 백악관이 재택근무 중단을 강행하면 연방 공무원 노조와 충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 인사관리처(OPM)에 따르면 230만명 연방 근로자 중 30%가 재향군인이며, 절반 이상이 업무 특성상 이미 대면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130만 연방 공무원이 원격근무를 승인받았으며 이들은 근무 시간의 평균 61%를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다.

연방 노동조합 측은 근로 조건 변경은 단체 교섭에서 논의해야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11만명 연방 공무원을 대표하는 전국 연방공무원 연맹의 랜디 어윈 회장은 법률팀과 논의하고 있으며, 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집해 정말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인 머스크는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입장을 줄곧 보여왔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들에게 보낸 첫 단체 이메일에서 재택근무 금지를 선언했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원들에게도 사무실 출근을 요구했다.

라마스와미는 X에 올린 게시물에서 연방 공무원의 전임제 시행 시 최대 25%의 공무원이 퇴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의회 허가를 받지 않거나 의회가 의도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되는 예산이 연간 5000억달러를 넘는다며 이런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삭감 대상으로는 공영방송공사(CPB) 예산 5억3500만달러, 국제기구 지원금 15억달러, 진보단체 보조금 3억달러를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