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최종 패소…대법 “한앤코에 주식 넘겨야”(종합)

by박정수 기자
2024.01.04 11:33:11

‘남양유업 매각 무산’ 둘러싼 홍원식-한앤코 소송
김앤장 쌍방대리 등 이유로 계약 무효 주장
1심 이어 2심도 한앤코 승소…“주식 이전 계약 이행”
대법 “쌍방대리 사후 동의했다고 봐야…계약 유효”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인수합병(M&A) 공방에서 한앤코가 최종 승소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4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한앤코 측이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1년 5월 홍 회장은 자신과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한앤코와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매각을 미루다 같은 해 9월 한앤코에 주식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등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를 조속히 이행하라며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고, 홍 회장 등의 주식 의결권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가처분도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는 적법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주식 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한앤코가 ‘협상 내용을 추후 보완할 수 있다’고 속였다며 계약 자체에 효력이 없다고도 했다.

특히 홍 회장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앤코까지 쌍방대리한 것을 두고 변호사법 위반을 주장하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상 문제가 없었다는 한앤코 측 주장을 인용, 1심 재판부는 “홍 회장 일가는 한앤코에 계약대로 주식 이전 절차를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쌍방대리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에게 주식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거나 실제로 대리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변호사들이 피고 측 의사를 원고에게 전달·표현하거나 이를 보조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피고 측 변호사가 대리인이 아닌 이상 쌍방대리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 측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쌍방자문에 동의했거나 사후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변론이 종결된 이후 홍 회장 측에서 변론 재개를 위한 자료를 여러 번 제출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검토해봤지만, 변론을 재개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쌍방대리가 아니라는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주식매매계약 체결 관련 대리인이 아닌 의사를 전달한 ‘사자’에 불과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한 자문이 변호사법상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수임을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부분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는 하나의 변호사로 취급되므로(변호사법 제31조 제2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상대방의 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각자 수임을 받은 경우에도 ‘쌍방대리’에 해당해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칙적으로 수임이 제한된다. 예외적으로 본인 허락이 있는 경우에 한해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목적물이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었던 상황에서 피고가 가장 중요한 계약 내용이자 주된 급부에 해당하는 주당 매매대금에 대한 협상·결정을 직접 하면서 주선자를 통해 김앤장 소속 변호사의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민법과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그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 측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의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으므로 예외적으로 본인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 해당, 대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을 유효라고 본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상대방의 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각자 수임한 경우에도 ‘쌍방대리’에 해당해 변호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수임이 제한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민법이 적용됨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