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인, 남편 사살 후 성폭행했다"…우크라 여성의 '충격 증언'

by권혜미 기자
2022.03.30 11:11:47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3월 9일 벌어진 ‘악몽’을 떠올린 나탈리야(33·가명)가 숨죽인 목소리로 러시아 군인들의 만행을 폭로하며 한 말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나탈리야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비극을 꺼내야만 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야만적인 행위를 알려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부 테르노필로 도망친 나탈리아는 본래 남편과 키이우 동쪽 외곽 브로바리에 있는 작은 마을의 소나무 숲 옆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러시아군이 브로바리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부부는 민간인 표식으로 문 앞에 하얀 시트를 걸어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수용소로 쓰이는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의 만다치호텔에서 다섯 살배기 난민 어린이가 눈물을 흘리는 엄마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총성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고, 나탈리야와 남편이 손을 머리 위에 들고 집 밖으로 나왔을 땐 여러 명의 러시아 군인과 총에 맞아 죽은 강아지가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다.

나탈리야는 처음엔 군인들이 “사람이 사는 줄 몰랐다” “훈련하러 가는 줄 알았지, 전쟁에 투입되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그중 ‘비탈리’라고 불리는 군인은 자신도 고향에 키우는 개가 있다며 강아지를 죽여서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사령관이었던 미하일 로마노프는 나탈리야에게 “전쟁만 아니었으면 당신과 연애를 했을 것”이라고 추파를 던졌고, 그는 나탈리야의 남편 차에서 위장 재킷을 발견하자 공격적으로 변했다. 로마노프 사령관은 나탈리야의 차를 빼앗아 나무로 돌진시켜 박살 내 버리고 집을 떠났다.

소동이 지나간 줄 알았지만, 해가 지자 밖은 또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탈리야의 남편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총소리가 들렸다.



전투로 빼앗은 러시아군 탱크 위에 올라선 우크라 병사.(사진=연합뉴스)
알고 보니 로마노프 사령관이 검은색 제복을 입은 20대 남성 한 명과 함께 돌아온 것이었다.

나탈리야는 “남편은 어디에 있느냐”고 울부짖던 중 창문 밖으로 문 옆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20대 남성은 나탈리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당신의 남편은 나치이기 때문에 내가 총으로 쐈다”고 말했다. 나탈리야는 곧바로 아들에게 보일러실로 숨으라고 외쳤다.

이어 남성은 나탈리야에게 “입을 다물지 않으면 당신의 아들을 데려와서 엄마의 뇌가 집안 곳곳에 펼쳐진 것을 보여주겠다”고 협박했고, 나탈리야는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러시아 군인들은 나탈리야의 집을 세 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그를 성폭행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집에 왔을 때 술에 취해 잠이 들자 나탈리야는 아들을 데리고 황급히 집을 빠져나왔다.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메디카에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사진=메디카 AP 연합뉴스)
나탈리야의 아들은 아빠의 시체가 마당에 있었지만 주변이 어두워 알아보지 못한 채 “우리도 여기에 있는 이 사람처럼 총을 맞게 될까?”하고 물었다. 그는 여전히 아빠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테르노필에서 만난 남편의 누이는 나탈리야를 경찰서로 데려갔고, 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로마노프의 사령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군인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다.

나탈리야는 러시아군이 여전히 마을을 점령하고 있어 남편의 시신을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우리를 위해 지은 이 집만큼은 도저히 팔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리나 베네디코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주 나탈리야의 남편을 살해하고, 나탈리야를 성폭행한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