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北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와야” 콕집어 언급

by방성훈 기자
2018.05.14 09:18:54

北비핵화 절차 구체적 언급은 처음…리비아式 비핵화 시사
"PVID 전엔 對北제재 완화 없어"…‘先핵폐기-後보상’ 거듭 강조
"비핵화엔 핵·탄도미사일 外 생화학무기도 포함돼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州) 오크리지로 가져와야 한다”고 콕 집어 말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폐기 대상이 되는 핵시설 및 핵물질 보관 장소까지 콕 집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네시 오크리지는 과거 리비아 핵시설과 핵물질을 옮겨 보관한 곳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PVID는 북한에 대한 보상이 시작되기 전에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역적인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북(對北) 제재 완화에 앞서 PVID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그(PVID) 결정을 이행하는 것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 즉 핵무기를 폐기한 뒤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능력을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테네시 오크리지는 과거 리비아에서 폐기한 핵시설과 핵물질을 보관한 곳으로, 현재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단지가 위치해 있다.

리비아 때와 마찬가지로 ‘선(先)핵폐기-후(後)보상’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식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다롄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재차 확인한 것도 리비아식 비핵화가 결과적으로 체제 위협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어서다.

볼턴 보좌관은 또 “그것(PVID)은 탄도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북한은 매우 광범위한 (핵)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며, 누구도 이것이 쉽다고 믿지 않는다. 북한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개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 역할을 맡게될 것이다. 다만 실제 핵무기 해체는 IAEA의 소관이 아니어서 미국이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다른 나라들의 도움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매우 조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의 일종인 생화학무기도 비핵화 절차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탄도미사일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화학·생물학 무기도 살펴봐야 한다”고 볼턴 보좌관은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에 대해서는 “우리는 최대한 빨리 북한에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을지는 여러 면에서 북한의 손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한국처럼 정상적인 국가가 되고 싶다면, 빠른 비핵화가 진행될수록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김정은 위원장)가 정상적인 국가를 원하고 세계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절망적이고 가난한 그의 나라에 투자와 무역이 가능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이것(신속한 비핵화)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과 논의할 다른 주제들(인권 문제 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 내 열악한 인권 문제와 더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요청한 납북 일본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 및 다른 외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할지에 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와 관련해선 “대통령은 낙관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라며 “수개월에 걸친 준비 없이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렇게 일찍 회담을 갖게 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평가하고 그(김정은)의 약속이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