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15.11.15 17:11:44
연타석 홈런 박용만 회장, 신규사업 토대 마련
정용진 부회장, 20년 그룹 숙원 사업 해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치열했던 ‘2차 면세점 대전’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두산과 신세계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은 반면 롯데는 면세점 한곳을 내주게 됐고 SK네트워크는 23년간 지켜오던 사업권을 잃게 됐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롯데(소공점 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을 선정했다. 부산 사업자는 종전대로 신세계를 유지한다. 면세점 사업권은 앞으로 5년간 차지하게 됐다.
이번 두산그룹의 면세점 진출은 박용만 회장의 ‘뚝심 경영’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동대문 지역을 차별화한 관광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직접 나서 설명하고, 100억원 가량의 사재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대문 터줏대감’의 역할론을 내세우며 진정성까지 더해 ‘여론몰이’를 적극적으로 해나갔다.
지난달 26일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한 박 회장은 “면세점 사업을 통해 동대문 주변 상권과 상생하는 진실한 대기업 상생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수차례 강조 했다.
특히 두산이 면세점 사업과 연관있는 기존 인프라가 경쟁자들보다 약했지만 박 회장은 하나씩 타파해 나갔다. 주변 상인들을 직접 만나 동대문 일대 애로사항을 경청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수렴해 나갔다. 동대문 주변의 소외계층 10%를 특별히 채용하고, 30세 미만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해 청년 고용비율을 46%까지 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사회공헌 자금으로 기부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두산 측이 밝힌 예상 매출은 첫해 5000억 원, 향후 5년간 누적 이익 5000억원이다.
‘면세점 사업권을 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내부 의견도 박 회장이 사활을 걸면서 사업권을 반드시 따내야 한다는 필승론을 내세우자 그룹내 역량이 총집결됐다.
이번 승리로 박 회장은 올해 소망한 세 가지 소원을 모두 이루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애타게 기다리던 손녀를 얻었다. 또 그룹 내에서는 두산이 올해 ‘한국시리즈(야구)’에서 12년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남은 면세점 사업권까지 따내면서 연타석 홈런의 주역으로 재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번 사업권 확보로 신세계 그룹의 20년 숙원을 푸는 동시에 앞으로 롯데와 신라가 양분한 면세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권을 얻기 위해 초반부터 사업계획서에 직접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등 밑그림을 일일이 챙기면서 그려나갔다. 지난 5일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시내면세점은 세계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비슷비슷한 면세점을 만들어선 안 된다”면서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