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뒷심, 행운의 한화, 숙제도 많다

by정태선 기자
2008.10.24 16:43:14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뚝심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일단 웃었다. 김승연 회장의 강한 리더십과 초지일관 흔들림 없는 인수의지로 행운의 여신을 자기편으로 돌렸다.

한화측에서도 이번 인수전에 운이 따라 준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포스코-GS 컨소시엄의 자승자박과 자멸 덕도 많이 봤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와 지리한 법적 공방을 펼쳤던 대한생명 지분인수건도 8월 말끔하게 해결되면서, 대우조선 인수전의 든든한 자금원이 됐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까지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대내외적인 운신의 폭을 넓혀갔고, 인수전을 막후에서 총지휘했다.



덩치나 자금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로 보였던 한화는 처음부터 공격적이고 공개적인 전략을 택했다. 미래가치를 보고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한화가 초기부터 선두였다. 대우조선에 `고용보장`은 물론 시너지효과 등을 내세우며 초지일관했다.

2017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의 글로벌 기업 달성한다는 그룹 목표를 세우고, 대우조선을 그룹 핵심 주력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8조7000억원인 대우조선해양을 2017년까지는 그룹 매출 목표 100조 원 중 35%인 35조원 규모를 담당토록 하는 주력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측은 "인수후 전략수정이나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목표를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황 등을 이유로 경쟁상대인 포스코와 GS가 손잡는 대형변수가 터져나왔을 때도 한화측은 당황하지 않았다.

M&A의 경험으로 볼 때 양사 협력관계가 어렵다는 것을 간파했다. 
 
게임에 룰를 지켜나간 한화는 자신들의 장점과 상대의 약점을 분석했다.
 
결정적인 순간 절차상의 공정성을 이유로 포스코의 입찰자격에 대해 법적인 공방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둔 전략도 주효했다.
 
장일형 경영기획실 부사장은 "한화측에 운도 따라줬지만, 운을 기회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실력"이라면서 "건설과 금융쪽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우조선의 강력한 성장프로펠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대어들을 낚아 올리고도 소화불량에 걸린 몇몇 기업들 사례 때문에 대형 M&A 대한 시각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어두워졌다.

그럴수록 때일수록 한화는 관련 임직원이 사표를 지니고 다닐 정도로 배수진을 치고 인수전에 매달렸다.

현재 금융시장의 붕괴위험까지 거론되고, 해운경기 악화로 인한 중공업의 타격이 예상되고 있지만 한화는 2~3년의 고통이 아니라 10년뒤를 내다보겠다고 말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초우량회사로 변모시켜왔던 M&A전략이 결실을 맺었던 것을 경험한 덕분이다.

한화가 지난 2002년 12월에 인수한 대한생명은 영업조직 와해 등 조직이 크게 흔들리면서 어느 기업도 거들떠 보지 않았지만 불과 5년 만에 자산 29조598억에서 50조2137억으로 2배 키웠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대우조선은 12월 초까지 정밀실사를 거쳐 연내 본계약을 통해 한화가 새주 인이 된다.
 
그러나 한화측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등에 업고 아직까지 인수자금을 비롯해 인수후 투자 및 운영자금, 시너지 효과측면에서 많은 의구심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중공업체가 불경기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한화가 컨트롤 할 수 있을지 미심쩍은 시각들이 많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중공업은 기본은 금융과 건설업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며 "한화의 M&A 노하우와 `신용과 의리` 기업문화로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를 또 하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소식을 접한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인수작업은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마지막까지 선전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화측은 대우조선을 `의리`의 정신으로 낚았다면, 이제 `신용`의 정신으로 대우조선의 성장 프로펠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