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간 국내 증권사들 `노심초사`

by이진철 기자
2008.06.04 16:16:22

베트남 상황 예의주시
"진출 전략 궤도 수정없다..위기를 기회로"

[이데일리 류의성 이진철 안재만기자] 베트남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베트남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오면서 그동안 베트남에 현지법인 설립 등 사업진출에 적극 나섰던 증권사들의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37620)은 작년말 외국계로는 최초로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로부터 합작 종합증권사 설립 인가를 획득,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을 설립해 영업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은 호찌만에 본사와 하노이에 영업점을 두고 투자은행(IB) 업무와 주식위탁매매업무(브로커리지)를 비롯해 수탁업무, 금융자문 등 종합증권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베트남 호찌민 근교 빈짠(Binh Chanh)신도시 사업 개발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시장을 진출검토 단계부터 불안정한 초기단계 시장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증시가 빠진다고 해서 충격을 받거나 기존 사업계획이 변화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룹에서 자산운용사보다 증권사를 먼저 베트남에 진출키로 한 것도 초기 시장에서 공기업 등 대형기업의 기업공개(IPO)나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을 추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면 "기존에 세워던 베트남 사업전략을 변경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작년 베트남 1위 증권사인 바오비엣증권과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우증권은 베트남에서 리서치 및 투자은행(IB) 부문의 인력교류와 국영기업 4~5곳의 민영화 컨설팅 및 지분투자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 증시침체에 따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프로젝트파이낸싱(PF)투자 경우 이번 베트남 상황을 투자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F투자와 관련 공급이 부족한 핵심지역의 부동산개발투자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이번 베트남 리스크가 주변지역 중심으로 영향을 받겠지만 주요 중심지의 경우 아직도 아파트 및 상가 등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현지 사무소 개소에 이어 올 하반기 합작증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베튼남 증시의 침체로 당초 계획된 현지증권사 설립시기가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올 10월께 현지 합작증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현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 불리한 여건이 지속된다면 설립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003450)은 작년 11월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 투자 관련 정보수집과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폭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투자는 집행하고 못하고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베트남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벌어도 환율 폭등으로 베트남 화폐 가치가 급락해 한국으로 돈이 넘어오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내년초쯤은 돼야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거나 현지 증권사와 업무제휴룰 맺고 베트남 진출을 모색중인 SK증권, 한화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은 아직까지 현지사업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경우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은행의 주식담보대출 축소, 이에 따른 주식투자규모의 감소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 악화됐다"면서 "과도하게 난립해있는 소규모 증권사들로 인한 부작용 심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시장상황으로 군소증권사의 인수합병 등에 의한 구조조정은 베트남 증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보면 긍정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중인 실무진들도 베트남 증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사업전략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구상 골든브릿지증권 베트남 법인장은 "현재 베트남 경제가 고금리가 계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등도 부담이어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안정 추세를 찾고 있어 주식시장도 곧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