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빌딩 투자 유착" 투서..국민연금 '셀프 감사'로 덮었다[Only 이데일리]

by지영의 기자
2026.04.24 06:21:04

[국민연금 홍콩 프로젝트 의혹]②
'부실 투자 유착 의혹' 尹 정부 시절 복지부에도 보고 접수
"운용사와 국민연금 부동산실 유착의혹 조사해달라"
연금 이사장 교체 혼란기에 '셀프 감사' 종결..."형식적 조사" 비판
'공정가치평가'로 부실 투자 감춰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디폴트 상태에 빠졌던 홍콩 오피스 ‘타워 535’에 1조2000억원대 자금이 묶여있는 국민연금이 이 투자와 관련된 비위 의혹 감사를 내부에서 충분한 검증 없이 서둘러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자산에 약 9000억원의 거액을 추가 투입해 홍콩 사모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이례적 투자였음에도, 유착 의혹을 포함한 감사 요구가 조직 내에서 사실상 묻힌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 부동산 침체 장기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투입한 투자 과정도 석연치 않지만,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감사실은 홍콩 타워 535 투자건을 관리하는 운용사 피닉스 프라퍼티 인베스터스 관련 내부 유착 의혹에 대해 자체조사 후 얼마 안 가 해당 사안을 종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에 전달된 투서에는 부동산투자실 고위직과 타워 535 운용사 간 유착 의혹을 비롯해 투자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 요구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의혹에 연루된 피닉스는 홍콩계 부동산 운용사로, 부실 투자 논란 대상인 '타워 535'를 개발·운용해 온 곳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이 운용사를 통해 타워 535 지분 50%를 약 2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일정 부분 배당을 통해 회수했지만, 핵심 임차인 이탈과 홍콩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하락이 겹치면서 결국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국민연금이 내부 논란 및 반대를 무릅쓰고 9000억을 추가 투입, 잔여 지분을 인수해 현재 1조2000억대 자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조사가 진행된 뒤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내부는 물론 외부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국민연금 감사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감사 종결 시점도 석연치 않다. 국민연금 이사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급히 마무리된 점을 두고, 관리 공백을 틈타 사실상 서둘러 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투서가 접수된 이후 감사 필요성이 보건복지부에도 보고될 정도로 내부 분위기가 심각했다. 복지부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처리됐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워535의 가치와 홍콩 오피스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고점'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잘해야 본전, 현실적으로는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투자 판단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상황에서 제기된 유착 의혹 조사라면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했다. 자체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홍콩 오피스 외에도 다수의 부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타워 535에 대해 파격적인 추가 투자를 단행했는가를 두고 내부와 시장의 의구심이 짙다.

특히 회수해야할 원금이 약 2000억원 남은 디폴트 상태의 자산에 9000억원대 거액을 추가로 투입해 지분을 전량 확보해온 구조 자체가 통상적인 투자 판단 범위를 벗어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투자 자산에서 디폴트가 발생했을 때 시장 환경과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지분을 매각해 원금을 일부 회수하거나, 외부 투자자와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조정안을 고른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홍콩 오피스 시장 장기 침체 전망과 자산 가치 하락 흐름을 고려할 때 타워 535에 대해서는 추가 자금 투입보다는 손실 규모를 제한하는 방향의 대응이 보다 합리적이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연금자산 9000억을 투입했고, 홍콩 사모투자자들만 자산 처분에 따른 거액의 원금 손실을 볼 부담을 덜게 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장기 침체 우려가 큰 홍콩 오피스 자산에 1조2000억원대 자금이 묶여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국민연금 자금으로 해외 투자자의 손실만 방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타워 535에 9000억을 무리하게 투입한 배경에 '투자 논리'가 아닌 다른 요인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 측에서는 타워 535의 공실률이 낮아지며 자산 안정성이 회복됐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홍콩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높은 공실률과 공급 과잉 속에서 임대료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 자산 가치와 재매각 가능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이전 고점 대비 자산 가치와 여건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추가로 투입된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손익분기점 달성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공정가치평가를 통해 타워 535를 1조원대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자산 가치 하락과 수익률 저하를 '장부상'으로만 방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가치평가는 가정과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자산 소유자와 평가자의 주관 개입 여지가 높아 실제 시장 가격과 괴리가 클 수 있고, 손실 반영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

대표적 사례로 대규모 손실 논란이 일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오피스 투자' 건은 지난 2023년 11월9일까지 공정가치평가를 활용해 약 22.34% 수익 구간으로 평가되다가, 실제 청산 매각가가 반영된 다음 날에는 -51.01%로 급락했다. 공정가치평가 덕에 폭락한 '실제 시장 가격'을 가려왔던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타워 535 투자건은 대체투자위원회를 거친 적법한 투자 결정 사안”이라며 “지난해 말 공정가치평가에서는 투자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착 의혹 관련 감사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