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고채 시장의 플래시 현상, 시장 기능 저하”
by유준하 기자
2024.02.26 11:15:30
한국은행 블로그
“금융당국의 시장 분석과 대응시스템 마련 시급”
“작년 3월 SVB 파산 이후 유동성 회복에 17일”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국고채 시장에서의 플래시 현상을 주목, 플래시에 따른 시장 유동성 악화와 변동성 확대가 시장 기능을 저하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시장 분석과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플래시는 금융시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자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이민영 디지털혁신실 디지털신기술팀 과장은 한은 블로그서 ‘시장 스트리밍 데이터는 금융시장의 바이탈 사인’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국고채 시장의 가격 급변동 사례를 주목했다.
그는 먼저 지난해 3월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 플래시 현상이 발생, 전년도 레고랜드 사태에 버금가는 금리 등락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3월14일 국고채 금리는 3년 만기 기준 전날 종가 대비 18bp(1bp=0.01%포인트) 하락했고 오후 들어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오후 2시57분 3.37%에서 3시16분 3.22%로 하락하고 3시23분에 다시 3.37%로 상승하는 등 몇 분 동안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국채 시장의 일중 모니터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고채 시장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더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오더북은 국고채 매수자와 매도자의 주문 상황을 반영하며 현재 체결 가능한 금리와 수량을 나타낸다. 주식시장의 호가창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 과장은 “오더북을 통해 현재 금리와 함께 시장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알 수 있는데 시장 유동성은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인 호가 스프레드와 매수·매도 호가 수량을 더한 시장심도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오더북을 이용할 경우 현재 금리와 유동성 수준, 가격 변동성, 현·선물 가격 차이인 시장전위 등을 계산할 수 있는데 2020년 하반기 시장 유동성은 악화되기 시작하다 2023년 유동성이 회복되며 상대적으로 안정됐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통해 국내 국고채 시장에 나타난 유동성과 변동성의 관계를 보면 예상치 못한 뉴스가 보도되면 시장 유동성이 위축됐고 특정 뉴스에 대해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기 전에 유동성이 먼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면 수일 혹은 수주일에 걸쳐 더디게 회복되며 이때 평상시보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유동성과 변동성, 시장전위, 기타 통제변수를 포함한 계량분석에서는 앞서 설명한 유동성 악순환 매커니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외국인 거래 증가, 알고리즘 거래기술 발전 등으로 국고채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금융당국의 시장분석과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