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낸드도 결국 미세화 경쟁, 1000단 시대 주도할 것"

by신민준 기자
2021.06.08 12:20:21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 8일 뉴스룸 기고
"시장 없으면 시장을 만들자"…SSD등 신시장 개척
데이터센터용 SSD 라인업 강화…하반기 7세대 V낸드 출시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적층(V)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결국 미세화 경쟁이다. 1000단 시대를 주도하겠다.”

송재혁 삼성전자 부사장(플래시 개발실장). (사진=삼성전자)
송재혁(사진) 삼성전자(005930) 부사장(플래시 개발실장)이 8일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 V낸드의 혁신과 가치에 대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송재혁 부사장은 기고문을 통해 “V낸드도 언젠가는 높이의 한계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업계 최소 셀사이즈를 구현한 3D 스케일링(Scaling)기술로 가장 먼저 높이의 한계를 극복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V낸드 초기에는 단수가 낮았기 때문에 높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단수가 높아지면서 언젠가는 물리적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송 부사장의 설명이다. 같은 단수지만 더 낮게 쌓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7세대 V낸드는 3D 스케일링 기술로 체적을 최대 35%까지 줄여 타 업체들의 6세대와 높이가 비슷하다.

아울러 송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아 십억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 스택 에칭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향후 높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단으로 갈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송 부사장은 셀의 체적을 줄이게 되면 셀간의 간섭 현상이 심화될 수 있는데 이를 제어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향후 1000단 V낸드 시대에도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 셀 사이즈의 7세대 V낸드가 적용된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최대 2.0기가비피에스(Gbps)의 데이터 입출력 성능과 4세대 직렬구조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PCIe)뿐만 아니라 5세대 PCIe 성능 요구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 3D 모델링, 영상편집 등 대용량 워크로드의 작업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태스킹 환경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 부사장은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이미 확보하고 향후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적기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글로벌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에 오른 뒤 최고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제품과 솔루션으로 현재까지 19년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올해도 1위를 유지한다면 D램에 이어 낸드 역시 2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33.5%로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키옥시아와 점유율 차이는 14.8%포인트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의 역사는 1984년16킬로바이트(Kb) EEP롬, 1989년 마스크(Mask)롬 등 낸드플래시의 원조격인 제품들을 개발하며 시작됐다. 플래시메모리는 사업초기 비싼 가격과 대용량 제품 개발의 한계 등으로 난항을 겪어왔다. 삼성전자는 2001년 플래시 메모리 선두를 달리던 다른 업체들과 합작 개발 제안을 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개발을 선택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었다. 하지만 당시 회사의 경영진은 플래시메모리를 D램에 이은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하고 독자개발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플래시메모리 대중화를 위해 ‘시장이 없으면 시장을 만들자’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왔다. 삼성전자는 USB를 통해 휴대용 플래시 메모리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이를 통해 플래시메모리 시장 1위에 올랐다.

그 뒤 공급과잉이 예상되자 삼성전자는 음악 플레이어 시장을 주목했다. 고객사들에게 플래시메모리의 우수성을 설득해 결국 당시 테이프나 디스크 위주의 음악 플레이가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MP3로 빠르게 대체가 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 뒤 삼성전자는 스토리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하드디스크(HDD)는 수십년 이상을 지켜온 대표적인 메인 저장장치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격과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 SSD를 최초로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며 하드디스크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2006년 삼성전자는 세계최초로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를 상용화했다. SSD는 HDD와 달리 모터와 같은 기계장치가 필요가 없다. 또 디지털방식으로 작동돼 속도가 혁신적으로 빠르고 발열이나 소음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 SSD는 HDD대비 높은 가격과 용량의 한계로 인해 바로 일반 대중에 상용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낸드 기술을 2013년 1세대(24단) V낸드를 시작으로 2019년 7세대(176단)까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SLC→MLC→TLC→QLC’와 같은 데이터 저장 방식의 변화를 통해 SSD의 대용량화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SSD시장 점유율은 33.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인텔의 점유율 16.7%의 약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기업용 서버시장 점유율 36.5%, 소비자용 SSD 점유율 33.1%로 모두 1위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용 SSD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OCP SSD양산, SAS-4 SSD 출시, ZNS SSD 등 모두 미래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이다. 이를 통해 기업용 서버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향 SSD 역시 삼성전자는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폼팩터의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7세대 V낸드 제품 출시로 시장지배력이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