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데이터센터 환경 보고서..삼성SDS·다음카카오·LGU+ 'F'

by김관용 기자
2015.06.03 11:52:51

네이버만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한다는 계획 밝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3일 발표한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 성적표에서 네이버가 투명성과 재생에너지 정책 면에서 모두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삼성SDS(018260), 다음카카오(03572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3일 오전 서울 서교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대회의실에서 국내 유명 IT기업 7곳의 환경 성적표를 담은 새 보고서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가요?’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새 기후에너지 캠페인인 ‘딴거하자’의 일환이다. 딴거하자 캠페인은 IT업계에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화석연료나 위험한 원자력 대신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개리 쿡 그린피스 미국 IT분야 선임 분석가는 “인터넷 발달과 확산으로 현재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약 6840억kWh에 이른다”며 “온라인 세상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에 이어 6번째로 전력 소모가 많은 나라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은 5.3억kWh에 불과했다. 이후 3년동안 연평균 45%씩 늘어나 2013년에는 26억kWh를 기록했다. 세계 ICT협회인 글로벌 전자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GeSI)는 IT 분야의 전력소비량이 2020년까지 약 60%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사용 1% 정도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교환하고 사진을 저장하며 음악을 듣는 스마트한 일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들 정보가 저장되는 데이터센터는 자가발전을 제외하면 국내 어디서나 석탄과 원자력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구글은 한 번 검색하는데 0.2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은 편이다. 이번 그린피스 보고서에 언급된 IT 기업 7곳 가운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았던 SK C&C(034730) 조차 불과 1%(태양광)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고 공개한 기업들도 KT(030200) 0.44%, 네이버 0.006%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현숙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전체 전력의 최대 1% 이내라는 점에서 현재 수치보다는 각 기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방문자수 1800만 명에 페이지 뷰만 12억 건인 네이버는 1초마다 7400번의 검색이 이뤄지는 국내 점유율 1위 포털 기업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5월 네이버와 두 차례 면담을 통해 1일 마침내 “데이터센터 각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공식화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는 그린피스가 미국 캠페인을 진행한 뒤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이 보인 반응보다도 빠른 것이다. 네이버는 에너지 효율면에서 이미 구글, 애플보다 나은 세계 최고 수준(PUE기준)을 자랑한다.

◇“재생에너지는 선택 아닌 필수”

그린피스는 ‘Cool IT’ 캠페인으로 통해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브로드밴드 및 텔레콤 회사인 BT는 지난 2월 신규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2위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는 47개 현의 휴경지 54만 헥타르(서울의 9배 크기)에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를 갖춘 동일본 솔라벨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리 쿡 분석가는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은 인터넷 이용률도 10년 째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높다”며 “이렇게 인터넷이 활성화한데다 첨단 기술까지 갖춘 한국의 재생에너지 활용은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명 IT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약속하고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내 IT 기업들 “환경 중요성 알지만…” 구체적 계획없어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IT기업들은 대부분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의 가치를 공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를 제외한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 사업 말고 어떤 구체적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시민들은 한국 IT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린피스가 지난 달 27~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 쇼’를 찾은 시민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9%(100명 중 69명)가 ‘한국 IT 업계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1위 다음카카오(41%), 2위 네이버(27%), 3위 삼성 SDS(19%)를 꼽았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시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네이버에 이어 많은 기업들이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이라 부르는 IT 산업 육성을 위해 이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