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주의 가치투자)그림자 금융제도와 파생상품

by하상주 기자
2010.05.12 14:13:29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을 금융권 안에서만 보면 그림자 금융제도와 파생상품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말은 금융권 밖에서 보면 또 다른 견해가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너무 큰 주제이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사실 금융권 안에서 보는 시각도 별로 만만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한번 대충 시도해볼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위기의 핵심인 파생상품과 그림자 금융제도를 건드려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으므로 아주 조금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위험이 존재하고 이 위험이 자본의 흐름을 동반한다면, 어디에나 금융상품(파생상품)은 만들어질 수 있다. 기후가 변하고, 이 기후변화가 어떤 자본의 흐름(결국은 수익과 손실을 말한다)을 동반한다면, 여기에도 금융상품(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다. 누가 공연을 하는데, 그 시간에 비가 와서 공연을 하지 못하면 손실액이 발생할 것이고, 비가 오지 않으면, 일정한 수익이 생길 것이다.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하는 위험에 따라 공연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므로, 이를 그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그 사건으로 인한 손실-수익을 사고파는 금융상품(파생상품)을 만들어 팔 수가 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을 두고도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돈을 벌고(이익을 보고), 일정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돈을 무는(손실을 보는)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졌을 때, 이 상품을 판 돈으로 성장 부족분을 메울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파생상품이란 미래에 일어날 나쁜 일을 실제의 손실액보다 훨씬 더 적은 돈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그 미래 자체의 예측에 투기를 하는 세력이 점점 커지게 되어 세상이 온통 투기로 돌아가게 되는 위험도 있고, 만약 사람들이 거의 모두 한쪽으로 예상했는데 정 반대의 일이 일어나 버리면 모두가 사고를 당하는 큰 위험이 일어나서 이런 상품이 세상에 투기를 조장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은행은 단기 저금리로 돈을 빌려와서 이 돈을 장기 고금리로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부에는 고위험의 장기 상품을 많이 갖게 된다. 때로 은행은 이렇게 장부에 갖고 있는 장기 고금리의 상품을 미리 현금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렇게 하면 더 빨리 더 많은 자금을 돌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 고금리 상품이 가지고 있는 부실의 위험을 미리 드러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은행이나 증권회사는 별도의 특수목적회사 또는 펀드를 만들어서 자신이 장부(대차대조표의 자산)에 가지고 있던 자산(대출자산이나 채권)을 그 특수목적회사나 펀드에 팔아버린다. 그러면, 이 특수목적회사 또는 펀드는 그 자산을 가지고 이 자산에서 회수되어 들어오는 원리금이 있으므로, 이 현금흐름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각각의 위험과 수익률을 가진 몇 개의 새로운 채권으로 만들어서 이를 새로운 투자자(연금과 같은 투자자나, 또는 높은 수익을 찾는 헤지펀드)들에게 팔아버린다. 물론 그 채권(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이다)을 판 돈은 원래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던 은행이나 증권회사에게로 자산의 대가로 흘러간다.
 
이렇게 은행이나 증권회사는 장부에 가지고 있던 위험자산을 특수목적회사나 펀드에게로 보내버리고, 이 특수목적회사나 펀드는 연방은행(중앙은행)이나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기관이 되어 아주 낮은 자기자본으로 많은 돈을 운용하게 된다.   
 
중앙은행의 목표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시중 금리 수준이 낮아지자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금융기관은 점점 늘어나고, 이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파생상품의 공급이 늘어나고, 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 부실한 거래자에 대한 대출도 늘어나게 되었다. 즉 시장 전체로 위기를 키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 위기를 막는 새로운 파생상품을 또 만들어낸 것이다. 즉 부도위험파생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말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은 이미 한바탕 할 준비를 모두 갖춘 셈이다. 부실 신용을 가진 가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남발되고, 이 신용위험은 빠르게 낯 모르는 사람에게로 전이되어 버리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바로 이 과정을 촉진시킨 핵심이 그림자 속에 숨은 금융기관들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중앙은행이나 증권거래위원회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았고, 이들의 거래 내용은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대차대조표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베어스턴, 리먼 브러더스 모두 그림자 금융기관의 부실에서 시작된 부실로 본사가 넘어간 것이다. 지금도 은행과 증권회사는 그림자 금융기관의 부실을 본사의 대차대조표에 올리지 않고 있다. 올린 회사도 있겠지만, 그 부실자산의 많은 부분은 미국의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넘어가 있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 부실자산을 현금 또는 국채로 바꾸어 주고서, 그 부실자산을 자신의 자산에 안고 있다. 기업의 부실이 중앙은행의 잠재부실로 옮겨간 셈이다.
 
이제 이를 개혁하려는 입법활동이 미의회에서 열심히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직 이 파생상품과 그림자 금융을 어떻게 본사의 대차대조표에 집어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것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금융개혁의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