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주용 기자
2006.01.13 17:23:17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새해 벽두, 우리 경제는 또다시 환율과의 전쟁이다. 역외 투기세력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그간 원화 강세가 더디게 진행됐던 탓이라고도 한다. 더 바탕이 되는 것은 IMF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 외국인들의 주식투자확대 등으로 달러유입이 많았던 이유도 있다. 중국 위안화 절상가능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급격한 원화 강세에 놀라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한도를 100만달러로, 해외 직접투자 한도를 1000만달러로 확대하고 연내에 이들 규제를 아예 없애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불요불급한 해외차입을 억제하고, 환투기 행위에 대해 한은과 금감원이 공동검사권을 발동하는 것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환율은 더 떨어져 원화값이 8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당장 흐름을 잡아줄 대책은 아니었으니, 즉효가 나긴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 유가까지 신경쓰인다. 이란의 핵 연료 연구활동 재개 소식에다 중동 불안감이 겹치면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인 유가 변동도 문제지만, 미래에 필요한 원유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환율이 떨어지니 유가 압박감은 덜해지고 물가불안도 줄어드는 상쇄효과가 있긴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유가는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원유 수입선을 확보해두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원화값 안정을 위해서 달러 과잉유입을 해소할 방법이 외환자유화 조기화외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해외부동산 취득을 유도하는 정책이 옳은 건지 판단이 안서기 때문이다. 해외유학 자녀를 위한 부동산 취득은 그 자체로는 제한할 이유가 없어 보이긴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가구 2주택을 투기로 모는 판에, 해외부동산 취득은 원화값 안정에 도움되니 투기보다는 투자이고, `애국`이라 봐도 되나.
최근 몇년 사이, 취득을 신고해야했던 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 LA지역의 부동산값을 올려놓기도 했었다. 밖에서 행동하면 우리나라 땅을 넓히는 `영토확장 일꾼`으로 둔갑될 일은 아니지 싶다.
이렇게 해외부동산 취득 완화가 투기심리 가득한 사람들을 자극해 달러유출을 일으키는 손쉬운 방법이긴 한데, 좀 방향성이 부족한게 아닐까.
이 보다는 과잉 달러를 외화부채 줄이는데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248조원이고, 외채는 총 1866억달러 정도다. 이중에 36%(2005년 3월 말 기준)가 단기외채다.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하면 총외채가 너무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외평채 발행등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데 꽤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차라리 단기 외채를 갚는 것은 물론, 중장기 외채도 당겨 상환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상당액의 보유고를 외채 상환에 활용하면 원화강세를 막는데도 도움되고, 외화부채를 줄여놓음으로써 미래 국가경제의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달러로 원화 강세 대응책과 병행해 에너지 확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혹시 없을까.
우리도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전세계 유전개발 및 원유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싶다. 이를 위해 정부재원과 민간의 과잉유동성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야한다.
중국은 중국해양석유가 최근 아프리카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업체 사우스애틀랜틱석유가 보유한 악포 유전의 지분을 22억7천만달러에 확보했다. 또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와도 볼리비아지역의 천연가스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또 인도와 유전발굴 및 개발, 생산, 저장, 연구등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협약을 맺기로 했다. 지구촌 곳곳에 있는 반미좌파정권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유전의 개발권을 따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총구에서 권력을 찾기보다, 석유에서 범지구적 권력을 찾으려하고 있다.
우리도 해외자원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한다.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약 1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으며 유전개발펀드를 도입하고, 주요 연기금 등 민간재원을 유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것이 `유전개발펀드`이다. 이 펀드는 개인 및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물전용펀드로 유망광구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를 설립,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석유탐사, 개발뿐 아니라 정유 및 석유관련 SOC 등 에너지관련 사업에 광범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종합에너지펀드로 확대하는 구상도 있다. 이런 구상을 구체화해 보다 속히 띄울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해외자원 직접투자는 개인이나 기업모두 투자리스크 때문에 부담스럽겠지만, 펀드를 통한 대규모의 해외자원투자를 유도한다면 리스크가 경감되고 환율 대응에도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다. 생산광구와 탐사·개발 단계광구의 지분 참여 펀드는 리스크가 다른 만큼, 수익률도 달리한다면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수와 수출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게 이끌기엔 여러모로 한계가 느껴진다. 게다가 기업들의 해외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저성장의 함정에 서서히 빠져들까 걱정이다. 이럴때 중국의 모습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와 민간도 해외 투자에 좀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 싶다. 이런 전략에도 과잉달러를 해소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외화부채 조기 상환등도 적극 검토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