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정부 재정적자 2조달러…1년새 두 배 껑충"

by박종화 기자
2023.09.04 13:12:58

양도세 감소·대규모 보조금 등에 적자 폭 커져
피치 "2025년 美 재정적자 GDP 7%까지 늘 것"
국채 발행 증가 따른 금리 상승 부작용 우려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지출은 늘고 있는데 세수는 줄어든 영향이다.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채권시장 왜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비영리단체 ‘책임감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2023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2조달러(약 26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1조달러(약 1300조원) 수준이던 2022 회계연도 재정적자보다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WP는 미국 경제가 탄탄한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적자가 늘어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임스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실업률인 낮은 경제에서 이런 재정적자가 나타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이면 세수는 늘어나는 반면 재정 지출 소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재정 구조는 이와 반대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를 보면 미 연방정부는 4조5000억달러(약 5900조원) 세수를 갖고 6조7000억달러(약 8800조원)을 지출, 2조2000억달러(약 2900조원)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보다 수입은 7% 줄었는데 지출은 16% 늘었다. 인프라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사회 보장 비용 증가 등이 미국 연방정부의 지출 부담을 늘렸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 불붙었던 자산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양도소득세 등 세수는 줄어들었다.



이 같은 재정적자는 미국 경제의 고질적인 골칫거리로 꼽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리며 재정적자를 하향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였던 재정적자 비율이 2025년엔 6.9%까지 늘어날 것이란 게 피치 추산이다.

예산을 두고 반복되는 정치권 대치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올 초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대립하며 미국 연방정부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었던 미국 여야는 이번엔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두고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024 회계연도 세출을 2023 회계연도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더욱 줄여야 한다고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다.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달 30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채권 시장 왜곡도 미 연방정부 재정심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세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재원 조달을 위해 미국 정부가 국채 발행량을 늘리면 채권 시장 이자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하반기에만 미 재무부가 1조 4000억달러(약 1820조원)에 이르는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 시중금리가 25~40bp(1bp=0.01%p)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올라간 금리는 미국 정부에 이자 상환 부담으로 돌아온다.

브라이언 리들 맨해튼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률보다 부채 증가율이 높으면 금리가 높아지고 투자가 감소하면 갈수록 재정 지출에서 이자 지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부채 위기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