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삼우 기자
2007.06.15 19:45:25
[이데일리 김삼우기자] 이동국(미들즈브러)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반면 박주영(FC 서울)은 예비 명단으로 밀렸고 안정환(수원 삼성) 카드는 아예 폐기했다.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2007 아시안컵 본선(7월7일∼29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국)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23명과 예비 멤버 7명을 확정, 발표했다.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레딩), 이영표(토트넘) 등 프리미어리거 3총사가 빠지기는 했지만 적어도 4강, 그리고 우승까지 가능한 멤버라고 자신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이동국의 발탁여부. 최근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아시안컵 본선 불참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그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다.“이동국의 상태를 매일 점검했고, 계속 상태가 좋아지고 있어 오는 23일부터 시작하는 훈련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를 최종 엔트리에 올렸다.
베어벡 감독은 이동국의 몸상태가 여전히 완전치 않은 점을 감안, “그의 컨디션이 도저히 아시안컵에 뛸 수 없을 정도면 예비멤버로 교체하겠지만 무리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동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 불의의 무릎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지난 2일 네덜란드와의 친선 경기때 15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데 이어 아시안컵에서 다시 기량을 과시하게 됐다.
베어벡 감독은 이동국을 원톱 또는 조재진(시미즈)과 투톱으로 활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
이동국의 선발 여부에 따라 가변성이 있을 것으로 보였던 박주영과 안정환은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박주영은 예비멤버로 밀렸고, 안정환은 여기서도 빠졌다. K리그에 복귀한 뒤 소속팀에서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제대로 선발 출장하지 못한 탓이 컸다. 박주영 또한 베어벡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오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아쉬워했지만 이근호(대구 FC), 염기훈(전북) 등 떠오르는 샛별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박주영과 함께 한때 한국축구를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 기대를 받았던 백지훈(수원 삼성)도 예비 멤버에만 이름을 올렸다. 최근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나 시즌 초반 소속 팀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여파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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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달리 우성용(33,울산 현대)과 손대호(25,성남 일화)는 깜짝 카드로 평가되고 있다. 우성용은 네덜란드전에서 이동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후보로 선발됐으나 그동안 국가대표와는 크게 인연을 맺지 못했던 노장 스트라이커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우성용은 대표팀을 구성할 때마다 항상 주목했다. 독일 월드컵 때도 후보에 속해 있었지만 설기현 때문에 발탁되지 못했다”면서 “현재 K리그에서 뛰는 국내 공격수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손대호(25)는 K리그에서는 중견이지만 국가대표로는 새내기급이다. 지난 3월 우루과이와의 친선 경기때 국가대표 엔트리에 뽑혔고 네덜란드전에서 처음 A매치 출전 기록을 써넣었을 정도다.
당시 김남일 대신 후반 투입된 손대호는 소속팀 선배 김상식과 호흡을 맞추며 활약, 베어벡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베어벡 감독은 더블 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남일-이호, 또는 김상식-손대호 카드를 가동할 계획으로 보인다. 백지훈과 또 다른 기대주 오장은(울산 현대)이 탈락한 이유도 손대호 김상식 듀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이들에 못지 않게 주목되는 선수들은 이근호 강민수(전남) 정성룡(포항) 등 올림픽 대표팀 신예 3총사다. 김진규(전남)도 올림픽 대표지만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이미 국가대표 주전급으로 뛰고 있는 베테랑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올림픽팀에 처음 승선할 때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던 이근호는 7개월 만에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수직상승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K리그에서 올 시즌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8골을 넣은 것을 비롯,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차 예선 최종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네덜란드전에서 김진규와 중앙수비를 맡아 호평을 받았던 강민수도 베어벡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김영광을 제친 GK 정성룡(포항)과 함께 수비진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한국축구를 이끌어 나갈 젊은피의 얼굴도 박주영 정조국 백지훈 김영광 등에서 이들로 바뀌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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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감독은 골키퍼 3명외에 각 포지션별 2명씩 기용이라는 원칙으로 최종 엔트리를 선발했다. 다만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김상식, 포워드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는 이천수(울산 현대) 등을 고려, 수비수 7명, 공격수 7명으로 분류해서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다.
해외파는 이동국과 조재진(시미즈), 김정우(나고야), 김동진, 이호(이상 러시아 제니트) 등 5명이고 독일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는 11명이 뽑혀 대표팀 주력의 절반이 바뀌게 됐다.
베어벡호는 오는 23일 제주도에 소집, 29일 서귀포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갖고 30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한 다음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평가전(7월5일)을 벌인 뒤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난다. 한국은 7월 1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갖는다.
△GK= 정성룡(포항) 김용대(성남) 이운재(수원)
△DF= 김진규 김치우 강민수(이상 전남) 김치곤(서울) 김동진(제니트) 오범석(포항) 송종국(수원)
△MF= 김두현 김상식 손대호(이상 성남) 김정우(나고야) 김남일(수원) 이호(제니트)
△FW= 조재진(시미즈) 최성국(성남) 이천수 우성용(이상 울산) 이동국(미들즈브러) 이근호(대구) 염기훈(전북)
▲예비명단= 백지훈 양상민(이상 수원) 정조국 박주영(이상 서울) 김창수(대전) 김영광(울산) 오장은(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