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포 오피스텔 친구 살인'…가출신고 뭉갠 경찰관들 '경고' 처분

by이용성 기자
2021.10.19 11:19:16

피해자 가출 신고 2차례 접수에도 ''소극적 대응’
경찰, 신고 접수한 경찰…징계위 결과 ''경고 처분’
사건 ''혐의없음'' 불송치한 영등포서는 감찰 진행 중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지난 6월 20대 남성 2명이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하고 살해한 사건과 관련,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당시 가출 신고를 접수했던 경찰관들이 징계위원회(징계위)에서 가벼운 징계인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 앞으로 접수된 가출 신고를 처리한 대구달성서 팀장과 사건 담당자는 징계위에서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휘 책임이 있는 담당 과장은 대구경찰청장의 직권경고 처분을 받았다.

불문경고는 징계위를 거쳐 의결된 처분이며, 직권경고는 징계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미한 사안이거나 문책하는 경우 앞으로 그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기관의 장이 훈계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 예규로 정한 경고·주의 및 장례제도 운영규칙상 경고 처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사기록카드에서 말소된다.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안모(20)씨와 김모(20)씨는 작년 9월부터 A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 6월까지 자신의 주거지에서 A씨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했다. 이들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가법) 보복살인·보복감금·공동강요·공동상해·공동공갈·영리약취 혐의를 받는다.

범행이 진행되고 있었을 당시 A씨의 부친은 작년 10월과 지난 4월 대구달성서에 두 차례 가출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A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경찰은 통화 음질이 좋지 않고, A씨가 말도 상당히 더듬어 문자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사건 담당 경찰은 “A씨가 누구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기를 거부했다”며 “안씨에게도 연락을 했지만,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심은 있었지만, 확증이 없었고, 협박을 당했다는 등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언급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안씨와 김씨의 통제 아래 폭행과 가혹행위에 더불어 협박까지 받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경찰이 접수된 신고 등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면 A씨의 죽음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관련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서울영등포경찰서의 수사담당관도 감찰하고 있다. A씨 측은 지난해 11월 8일 안씨·김씨를 상해 혐의로 대구달성서에 고소했고, 이듬해 1월 영등포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 “전치 6주의 갈비뼈 골절로 입원 치료를 했고, 피의자들에게 수차례 맞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소장 접수 사실을 안게 된 안씨 일당은 지난 3월 31일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피해자를 협박해 ‘고소 취하 계약서’를 강요했고,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경찰에 보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받은 영등포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로 진술이 달라 폭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대질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종결했다고 한다”며 “가출 신고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이 A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하라고 연락한 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난 4월 17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이후 안씨 일당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A씨는 지난 6월 34kg 저체중에 나체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화장실에 가둔 채 가혹행위를 받았고, 폐렴과 영양실조가 겹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대구달성서와 영등포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이 적절했는지 감찰을 통해 확인하고,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