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10.30 18:00:00
산업부, 11월 이어 1월 가스요금·난방비 인상 검토
"유가 인상 감안, 가스公 미수금도 고려"
1916만 가구 부담, 업계서도 "원가내역 불투명"
누진제 개편 지지부진한데 난방비도 올라.."저소득층 피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1월에 이어 내년 1월에도 도시가스, 난방비가 인상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스요금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도 나온다. 이미 중부권은 영하로 기온이 떨어졌는데 누진제 개편까지 지지부진해 겨울철에도 ‘요금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도시가스 연료비 인상 승인요청서’를 제출하면 이를 승인해 1월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가 이를 승인하면 11월부터 각각 6.1%, 4.7% 오르는 도시가스(1660만 가구)·지역난방(256만 가구) 요금이 1월에도 잇따라 인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유가가 오를 것 같아 1월 요금도 지금보다 올라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산업부는 4분기 국제유가가 올 초보다 오른 배럴당 45~48달러(두바이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요금 인상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행 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은 전기요금과 달리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가스요금은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사오는 LNG 가격에 국제유가·환율 등을 반영한다. 연료비에 ±3%를 초과하는 요인이 있을 경우 홀수월 (1·3·5·7·9·11월)마다 요금을 조정하게 된다. 11월 가스요금은 원료비(78.3%)에 도·소매공급 비용(21.7%)을 더해 정해졌다. 지역난방은 LNG를 주로 사용(연료비 중 LNG 비중 77.5%)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가스요금과 함께 인상된다.
겨울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을 하는데 국제유가 등 시장 상황만 고려되지는 않았다. 요금인상 승인권을 가진 산업부의 자체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승인요청을 거절하고 요금을 동결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 가스공사에 미수금 문제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12년 5조5400억원에서 잇따라 줄어 들어 현재 1조5500억원(올해 6월)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가스요금 인상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업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소매 가격에 영향을 준 도매 가격이 어떻게 인상됐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구입하는 A 업계 관계자는 “원가 내역을 요청해도 공문 몇 장만 받을 뿐”이라며 “가격을 왜 올렸는지 몰라도 독점 구조여서 가스공사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가스공사가 비싼 가격에 LNG를 구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는 중국보다 비싼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10년간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춘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한국의 LNG 1톤당 도입가격은 647.54달러로 중국(524.09달러)보다 23.6% 높았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이미 요금인상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업계에 세부적인 내역을 주진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LNG 수요가 몰리는 특수한 상황이라 장기계약보다 가격이 비싼 현물 구매 비중이 높다. 중국이 계약할 당시엔 업계 환경이 구매자에게 유리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겨울철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공공요금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가스요금이 오를 경우 난방비도 오르고 전기요금 누진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산업부·새누리당·한전 등이 준비 중인 누진제 개편안은 현재까지도 개편안 내용, 시행시기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겨울철 난방비 누진제 문제까지 불거지게 되고 전기장판 등으로 겨울을 나는 저소득층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누진제는 전기절약, 취약계층을 위해 필요하다”며 “내년 초부터는 개편된 전력 누진제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