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소득공제는 '그림의 떡'…월세족은 서럽다

by김성훈 기자
2016.04.26 10:56:22

집주인들 세입자 고르기..'전세대출·소득공제' 무용지물
공인중개업소 "보증금 없으면 마이너스통장 뚫어라"
수익률 보전 꼼수 여전해…구체적인 대책 마련해야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이나 소득공제가 필요 없는 세입자를 골라 받으면서 전세대출·소득공제 등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원룸촌 전경. [사진=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원다연 기자] 지난 25일 찾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형 원룸(전용면적 23.1㎡).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인 이곳은 서울지하철 9호선 증미역과 가깝고 주변에 대형 마트가 있어 1인 가구가 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를 5만원 깍아주겠다”며 계약을 권유했다.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이용해 보증금을 내도 되냐고 묻자 그는 “집주인 대부분이 은행을 통해 보증금 받기를 꺼린다”며 “차라리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만들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세입자 고르기가 심해지면서 월세족의 설움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이나 소득공제가 필요 없는 사업자나 대학생만 세입자로 골라 받으면서 전세대출·소득공제 등 세입자들의 권리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해서다.

정부가 운용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에 전용면적 85㎡를 밑도는 주택의 임대차 계약에 대해 임차보증금의 최대 70%(1억원 이내)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보증금에 따라 연 2.5~3.1% 사이 금리에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된다. 보증금이 버거운 월세족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주는 집주인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와 영등포구 당산동, 강서구 염창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 대출을 받으면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에서 집주인을 찾아가 임대차 계약 사실을 확인받는 등 절차가 번거로운데다 집주인이 임대 사실 자체를 노출하기 꺼려한다는 것이다.



서대문구 대현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을 거절하는 집주인들이 하도 많아 우리 선에서 아예 안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 등록을 하지 않아 전입신고나 보증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임대소득세 지출을 막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의 소득공제 신청을 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임모(여·26)씨는 “집주인이 입주 전부터 소득공제 신청은 안된다고 못을 박아 아예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이 전입신고나 전세자금대출을 사전에 차단해 수익률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일반화되고 있어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