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 2심 재판 준비

by김현아 기자
2013.03.08 15:36:12

"성실히 소명해 무죄 입증하겠다".."글로벌 사업 포기 못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1월 31일 회삿돈을 횡령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로 구속돼 갇힌 최태원 SK(주) 회장이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항소심 재판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1심 재판부가 ‘약 465억 원의 펀드출자용 선급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판단했을 당시 전혀 예상못했다는 표정을 지은 바 있다. 재판부의 펀드출자 관련 유죄 인정 시 먼 곳을 응시하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의 선고 직후 “저만의 이익을 위해 하지 않았고, 이 사건을 알게 된 게 2010년”이라며 “이 일에 정말 연관이 안 돼 있고, 잘 모른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선고 이후 한 달이 넘게 구속상태다.

8일 SK(003600)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구속기간이 한 달을 넘기고 항소심이 다가오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2심 재판에서는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항소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절대 하지 않았다”는 말 대로라면, 2심에선 억울한 누명을 반드시 벗어야 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이인재 태평양대표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위수 변호사 등을 2심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SK 측은 항소심 전략과 관련한 질문에 “재판을 전략적 차원으로 임한다기보다는 성실하게 소명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최 회장의 1심 마지막 소명처럼 어떤 소명이 부족했는지를 꼼꼼히 따져나가지 않겠냐”고 밝혔다.



최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마음의 상처가 깊어 심신의 피로도가 크게 누적된 상황”이라는 전했다.

최 회장을 면회한 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사장)은 “최 회장은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과 함께 본인이 직접 챙겼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걱정, 대한핸드볼협회장으로서 회장 부재 등을 크게 우려하셨다”고 말했다.

또 “회사와 관련된 부분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6개 위원회 위원장 및 관계사 CEO들이 알아서 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따로 또 같이’ 3.0 체제 하에서 글로벌 Biz 마케터로서의 본인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기본적인 그룹 경영은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하더라도 글로벌 사업만큼은 전략적 대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자신이 글로벌 사업의 성장점이 되겠다고 공언해 온 것.

SK그룹은 회장 부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 강력한 추동력 상실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해외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를 감안한듯 최 회장은 지난 달 변호인 접견 시 구두로 전한 메시지를 통해 SK 임직원들에게 “과정이 어떻든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자체가 제 부덕의 소치라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이런 상황이 생겼더라도 글로벌 사업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