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욱 기자
2010.09.08 15:09:05
LG전자.하이닉스.LGD 등 견해차 `극명`
[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국내 전기·전자업체들을 보는 국내 증권사들과 외국 증권사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IT업황 부진을 둘러싸고 국내 증권사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잇따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각차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현재 저평가된 주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LG전자(066570)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하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3만원을 제시했다. 스마트폰 라인업 확장으로 내년 1분기부터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태블릿PC를 통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 및 태블릿PC 출시 지연 등의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 주가 수준은 이와 같은 요인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어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UBS증권의 견해는 미래에셋과 크게 달랐다. UBS증권은 이날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부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도 10만2000원에서 현재 주가보다 낮은 8만4000원으로 낮췄다.
UBS증권은 "이미 스마트폰을 따라잡기에는 늦었고, 차별성마저 돋보이지 않는다"라며 "내년 하반기까지 TV사업의 마진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반도체(000660)를 둘러싼 시각차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UBS증권은 하이닉스 역시 D램 업황이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2만40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조정했다. 역시 현재 주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PC수요 둔화와 재고부담은 물론 모바일D램 등의 제품군도 결국 PC D램가격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D램 가격하락이 점차 둔화되고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감안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비중확대가 요구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키움증권은 모바일 컴퓨팅 환경 확산과 IT제품의 스마트화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업황도 시장의 우려와 달리 매우 밝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LG디스플레이(034220)와 삼성SDI(006400)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일 LG디스플레이와 관련, LCD패널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가동률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10월부터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만8000원을 유지했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약해지고 있고, 연말까지 이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목표주가 역시 4만5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SDI 역시 국내외 견해차가 뚜렸한 상황이다.
신영증권은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하가 늘어나며 삼성SDI의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5만원을 유지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서의 지분법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BNP파리바증권은 지난달말 보고서에서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축소`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13만원을 유지했다. 디스플레이분야에서의 수익감소가 3분기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하락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국내외 증권사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외국계증권사들이 보다 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외 거시지표들이 좋지 않고, 결국 IT 수요 역시 경기의 영향을 받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IT 수요가 약하다고 해도 현재 국내 IT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만큼 매도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의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며 "외국계 증권사들과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외국계증권사들은 거시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톱다운 형태로 세부업종들에 대한 보고서를 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이 부분이 국내 증권사들과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