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또 한번의 대공황은 없다"-NYT

by김윤경 기자
2008.08.07 15:17:58

8인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정부와 중앙은행 적극적 개입 대체로 찬사
"그린스펀 전 FRB 의장, 버블 조장" 비난
"적절한 정부 규제 필요"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경제는 침체 일로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명의 학계 및 정책 연구소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의 의견은 이렇게 모아지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의 힘을 믿는 이들도 있고, 일부에선 시장의 힘이 경제를 다시 살려놓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버드 대학 쇼렌스타인 센터의 수석 펠로우 리차드 파커는 "정부가 강력한 존재이며, 닻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공황 당시 정부는 수단도 안되었도, 후방 방어벽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그러나 미국 경제의 둔화가 얼마나 깊어질 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 벤 S. 버냉키 FRB 의장
경제 정책 연구소(EPI) 대표 로렌스 미셸은 "향후 최악의 고용 시장을 보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앞으로 수년 간 대부분 미국인들의 삶의 기준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나머지 이코노미스트들 대부분은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1~3%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찰스 W. 칼로미리스는 "언론 헤드라인을 보면 세계가 벼랑 끝에 몰려있는 듯 보이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현 시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얘기하게 된다면 그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제력을 잃을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FRB와 재무부의 강력한 개입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FRB는 지난해 8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2.0%까지 내렸고, 정부는베어스턴스 구제에 나섰다. 의회는 지난 달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 지원책도 승인했다.
 

 
신문은 또 인터뷰한 이코노미스트들이 한결같이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에 대해 비난했다고 밝혔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재임한 그린스펀 전 의장이 기술주 버블 붕괴, 그리고 주택 시장 붕괴 주범이란 지적이다. 
 
▲ 앨런 그린스펀 前 FRB 의장
댈러스 연방은행 부총재 출신으로 현재 카토 인스티튜트 수석 펠로우로 있는 제랄드 P. 오도리스콜 주니어는 "FRB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큰 역할을 한다"며 "정책 수립 없이는 버블들을 약해지도록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벤 S. 버냉키 현 FRB 의장과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딘 베이커 경제 및 정책연구센터(CEPR) 디렉터는 "그들(버냉키 의장 등)은 주식 시장이 오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 좋지만 그건 무책임과 노골적인 탐욕의 혼합이다. 이들은 궁지에 몰려 있고, 그린스펀이 그 맨 앞, 중앙에 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미국 경제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데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은 몰려 있다.
 
펜실바니아 대학 와튼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를 박서(boxer)에 비유했다.
 
그는 "펀치는 상대가 움찔할 때까지는 멈추지 않는다"며 "펀치가 멈추면 경제는 한숨을 돌리고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펠로우 J.D. 포스터는 "경제는 다시 일어날 것이지만, 정부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현 시점에 시장에 있어 정책이 할 수 있는 몫은 적다"고 말했다.
 
AEI의 칼로미리스는 "일부 현명한 규제를 원하지만 그 전에 규제를 수정하거나 없애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유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적절한 정부의 규제와 정책, 국제적인 협상, 상품 가격 하락과 금융시장 안정 등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NYT는 또 모든 이코노미스트들은 규제 당국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선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카토 인스티튜트의 오드리스콜은 "나는 정부의 규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때때로 정부는 도움을 주며, 지금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의 파커는 "경제가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평균적인 미국 가정이 삶을 향상시키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인지, 민주주의가 주도하는 시장인지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