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사태로 중소기업 자금줄 마른다.."회사채 꿈도 못꿔"

by함정선 기자
2013.06.10 13:56:19

STX팬오션 법정관리로 회사채 양극화 심화 전망
중소기업 회사채 지원 금융당국 정책도 ''무용지물''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가운데 회사채 시장마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탓이다.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해 직접금융을 확대하려던 금융당국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STX팬오션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1조원에 달한다.

STX사태로 안그래도 어려운 회사채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웅진사태 이후 A급 회사채조차 외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STX사태마저 불거지면서 ‘AA’ 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 실제로 올 들어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STX사태로 중소기업은 당분간 회사채 시장에 아예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며 만든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도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단 한 곳만 회사채를 발행했을뿐 개점휴업 상태다.



QIB가 지지부진하자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QIB 활성화 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몇몇 중소기업이 QIB를 통한 회사채 발행을 원하고 있지만 연기금 등 기관의 반응이 냉랭해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당국의 지원만 믿고 QIB시장의 문을 두드렸다가 수요가 아예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고금리 은행 대출로 돌아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연기금 등이 속한 부처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내부규정으로 A급 이하 회사채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A급 회사채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투기등급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수요층이 나서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고위험을 강요하긴 어려운 만큼 회사채 시장은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