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오지 속 계곡 `왕피천`

by편집부 기자
2010.07.23 15:10:02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의 가볼만한 곳>

▲ 왕피천 계곡 트래킹의 끝점이 되는 속사마을_여행작가 정철훈
 
[이데일리 편집부] 왕피천 계곡 트래킹은 일반적으로 굴구지 마을 끝자락에 있는 상천마을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굴구지마을에서 상천마을에 이르는 계곡도 무척 멋스러워 이번 왕피천 트래킹은 굴구지에서 상천에 이르는 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원점회귀가 가능한 이 코스는 계곡과 산길, 그리고 마을길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최상의 트래킹 코스다.

구산3리 마을회관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좌측은 왕피천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우측은 상천으로 가는 길이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짧은 마을길을 지나면 이내 천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왕피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넘실대는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무더위를 잊게 만든다.
 
▲ (좌)왕피천, (우)왕피천 급류구간_여행작가 정철훈

멋진 풍광에 대한 감탄도 길이 끊긴 계곡 아래에 이르면 누구든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무작정 계곡을 거슬러 오르기 보다는 평지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는 게 정답.

계곡 가운데 얕게 드러나 있는 자갈 구간을 지나 계곡을 건너다보면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지만 건너기에 부담스럽진 않다. 지난 밤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어 이 정도라고 하니 평소에는 별 어려움이 없어 건너다닐 수 있어 보인다.

계곡을 건널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욕심껏 발걸음을 내딛기 보다는 물을 안고 걷는다는 생각으로 목적지 보다 조금 아래에서 물살을 거슬러 오르듯 걸어야 한다. 그래야 중심을 유지하면서 걸을 수 있다.

계곡을 건너 평탄한 길을 조금 걸으면 이제는 어른 키만 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울퉁불퉁 제 멋대로 솟아 있는 바위들의 모습이 자못 당당하다. 한데 그 모습이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모습 때문이지 싶다.

넘실대는 왕비천의 물살과도 많이 닮은 이 바위구간은 물길을 걷듯 그렇게 타고 넘으면 된다. 전체 구간 중 걷는 재미가 가장 쏠쏠한 곳이다.

▲ (좌)멋스러운 바위구간, (우)왕피천에서 만난 폭포_여행작가 정철훈

바위구간을 지나 큰 굽이를 돌아 나올 때까지는 길이 조금 험해진다. 아니 험 하다기 보다 잡풀과 잡목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다. 이때는 과감히 계곡으로 내려와 물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계곡 트래킹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길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고, 길이 없으면 계곡으로 내려서면 되고, 길이 막히면 계곡을 건너면 그만이다.

제법 강하게 쏟아져 내리던 물살은 보가 설치된 구간을 지나면서 다시 잔잔해 진다. 이곳에서 다시 계곡을 건너면 된다. 이곳은 물이 얕고 넓은 자갈밭이 있어 잠시 쉬어가거나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계곡을 건너 다시 한 굽이 돌아서면 마치 출발점에 다신 선 듯, 굴구지 앞 계곡과 비슷한 풍광이 펼쳐진다. 넓게 열린 시야도 그렇고 계곡 가운데 얕게 드러난 자갈 구간도 그렇다. 재미있는 건 이곳에서도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맞은편으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물의 깊이도, 흐름도 아주 흡사하다.

▲ 용소_울진군청제공

여기서 용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방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용소까지는 600m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길은 얼마가지 못해 다시 바위에 가로막힌다. 역시 비경은 그리 쉽게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것 같다.



때문에 여기서 다시 계곡을 건너 길을 잡아야 하는데, 이 부근은 수심이 깊어 무턱대고 발을 들이기도 부담스럽다. 그 중 가장 안전한 루트는 건너편 모래톱에 서 있는 이정표를 바라보고 걷는 코스다.

물은 가슴까지 차오르지만 그래도 물살이 약해 건너기에 크게 힘들진 않다. 다만 물 흐름이 약한 곳이다 보니 발아래 밟히는 바위와 돌에 이끼가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곳이 상천이다. 왕피천 계곡 트래킹은 이곳에서 용소에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굴구지에서 용소까지 4km. 거기에 다시 생태탐방로를 거쳐 마을로 돌아오는 구간 2km를 더하면, 대략 6km 정도를 걷는 코스다.

▲ (좌)왕피천 생태탐방로, (우)생태탐방로에서 본 왕피천_여행작가 정철훈

조금은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계곡을 건너고, 바위 구간을 지나야 하는 계곡 트래킹은 일반 걷기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더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무리해서 걷기 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코스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인의 경우 이 코스를 걷는데도 4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왕피천탐방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고산3리 남중학(010-4134-0565) 이장에게 도움을 받으면 된다.

혹시 아쉬움이 남는다면 내쳐 속사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이때는 최근 완공된 왕피천생태탐방로를 따라가면 된다. 간혹 용소를 헤엄쳐 건넌 뒤 계곡을 따라 속사까지 가는 이들도 있지만,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리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용소에서 속사까지는 왕복 10km, 나무다리와 방책 등이 설치돼 있는 탐방로를 따라가도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좌)속사마을, (우)굴구지 산촌펜션_여행작가 정철훈


왕피천 트래킹 후에는 굴구지 마을에서 하루 이틀 푹 쉬었다 오는 것도 괜찮다. 산촌생태마을이기도 한 굴구지 마을에선 피라미 잡기, 송이 캐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온가족이 함께하기에도 좋다.

특히 마을 앞, 트래킹이 시작되는 계곡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느려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숙박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을 이용하면 된다. 최근에 지은 굴구지 산촌펜션은 여느 관광지에 있는 펜션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또한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류굴이 있고, 왕피천 트래킹의 시작점과 끝점이 되는 고산리와 왕피리를 잇는 38번 국도에는 불영사와 불영사계곡도 자리해 있으니 지나는 길,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