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뜨면… 경희궁에 명성황후 납시네(VOD)
by조선일보 기자
2008.04.28 14:51:50
뮤지컬 ''명성황후'' 첫 고궁 공연
한국 교향악단 ''브루크너 주간''
김수영 작가의 랜스케이프 전
[조선일보 제공] 고궁에 입성하는 뮤지컬 《명성황후》, 한국 교향악단의 '브루크너 주간', 대도시 고층 건물의 삭막한 외벽에서 불현듯 '인생'을 읽는 《랜스케이프 전》, '지리산 시인'으로 불리는 이원규 시인의 신작 시집과 산문집.
5월 4~12일 밤마다 경희궁 숭정전(崇政殿)에 명성황후가 납신다. 브랜드 뮤지컬 《명성황후》(연출 윤호진)의 첫 고궁 공연이다. 100만명이 넘게 본 이 사극 뮤지컬은 특별한 무대를 위해 공연 시간을 100분(종전 140분)으로 줄이고 장면을 대폭 손질한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궁에서 걸어나오며 국사를 논하고, 결혼식 행렬이 관객을 뚫고 지나가고, 시해 장면에서는 궁녀들이 숭정전 안채에서 뛰쳐나오는 등 공간을 살린 연출이 기대된다.
《명성황후》는 조선의 운명을 바로잡으려다 시해된 명성황후의 비극을 한국적 정서와 리듬으로 살려낸 작품이다.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에 초청된 이번 경희궁 공연은 매일 밤 8시 시작되고, 달이 뜨면 〈어둔 밤을 비춰다오〉 같은 삽입곡들도 운치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밤공기가 차가워질 지 모르니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다. (02)575-6606
| ▲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뮤지컬《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가운데)가〈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부르고 있다. /에이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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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향악단의 ‘브루크너 주간’이다. 지난해부터 브루크너 교향곡 대장정에 나선 부천 필하모닉(지휘 임헌정)은 5월 1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032)320-3481
서울시 유스 오케스트라(지휘 박태영)도 3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브루크너 최후의 미완성 교향곡인 9번을 골랐다. (02)399-1790
서울시향(지휘 정명훈)도 7일 예술의전당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뒤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을 들려준다. (02)518-7343
| ▲ 왼쪽부터 지휘자 임헌정씨, 지휘자 정명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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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자란 30대 이하 관객이라면 긴 말 필요 없이 이 그림에 공감할 것 같다. 서울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랜스케이프 전》에서 관객은 네모 반듯한 고층 건물을 잔뜩 만날 것이다. 서양화가 김수영(37)씨는 고층 아파트와 대학병원과 사무용 건물의 밋밋한 외벽을 정밀하고 건조하게 묘사한다.
냉소도, 감상도 없는 그녀의 붓질을 놓고 평론가들은 “건축물의 외관을 묘사한 구상 회화인 동시에 선과 면이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추상으로도 읽힌다”고 평한다. 그러나 관객은 굳이 구상이냐, 추상이냐 따지지 않아도 좋다.
작가 김씨는 건축가의 개성이 담긴 건축물이 아니라, 획일적인 구조가 켜켜이 포개진 건축물을 그린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수많은 창문은 흡사 기계로 찍어낸 듯 하지만, 개성 없어 보이는 각각의 창문 안에서 실은 수많은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는 중이다. 전시 기획자 김학량(44)씨는 “가까이 다가서서 귀 기울이면 교향악적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그림이 숨을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썼다.
지리산에서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휴대전화만 끄면 세상과 단절되는 무정처(無定處)의 삶을 산다”는 이원규 시인이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실천문학사)와 산문집 《지리산 편지》(대교 베텔스만)를 동시에 선보였다. 시집 《강물도…》는 지리산과 그 주변 강들을 두 발로 답사하며 몸으로 대지와 나눈 대화록이다.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 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족필·足筆>). 산문집 《지리산 편지》는 계절별로 달라지는 지리산과 주변풍경을 맛깔스런 글로 묘사한다. ‘오월 지리산의 산빛을 보노라면 눈이 맑아지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산벚꽃이며 산복사꽃들이 지고 마침내 연초록의 바람이 산을 뒤덮으면 시력은 배가되고, 세상이 너무 잘 보이다 못해 문득 어지러울 정도이지요.’(58쪽)